미추홀구 저층 빌라 주택가
벽·바닥 곳곳 갈라짐 발견

건축주 부도 이후 공사 중단
약속했던 피해 복구 불투명
구 “신탁사 결정따라 진행”
▲ 인천 미추홀구 주안2동 오피스텔 신축 공사 여파로 인근 주택가에 균열이 발생해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6일 공사장 인근 빌라 외벽이 갈라진 모습.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지난 5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주안2동 저층 빌라들이 밀집한 주택가.

양지경로당 옆에 있는 14세대 규모 빌라 외벽 곳곳에선 심각한 '갈라짐 현상'이 관찰됐다.

균열 부위가 콘크리트로 덧대진 탓에 누군가 일부러 갈색 외벽에 '회색 줄'을 낙서해 놓은 듯했다.

건물 안 바닥과 벽 곳곳에도 균열이 선명했다.

인근에 있는 또 다른 빌라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건물 옥상 바닥에는 물이 새는 것을 막기 위한 장판이 깔려 있었다.

이 일대 주민들은 30년 된 낡은 빌라임에도 그간 불편함 없이 살았는데 오피스텔 신축 공사가 시작된 뒤부터 갈라짐 현상 등 문제가 생겼다고 입을 모은다.

주민들이 지목한 공사장에는 20층 높이 건물이 들어서고 있었다. 한때 이 건물 건축주는 미추홀구를 중심으로 이뤄진 430억원대 규모 전세 사기 범행의 주범 A(61)씨였다.

하지만 A씨 회사가 부도를 맞은 데다 최근에는 전세 사기 사건으로 구속돼 공사가 중단되면서 주민들에게 약속했던 피해 복구도 언제 이뤄질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6일 미추홀구에 따르면 2019년 6월 착공된 해당 건물은 오피스텔 154세대와 주택 40세대를 갖춘 복합 건물로 지어지다가 A씨 회사 부도 이후 신탁 회사로 소유권이 넘어간 뒤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공정률은 95%다.

인근 주민들은 오피스텔 신축 공사로 빌라 외벽과 내부에 갈라짐 현상이 발생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구에 건축물 피해 복구를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김모(80·여)씨는 “공사 초기 건물에 금이 막 가니까 시공사가 땜질식 보수를 한 뒤 나중에 다 지으면 전면 보수하겠다고 했는데 여태껏 묵묵부답”이라며 “동네 안쪽에 20층짜리 고층 건물이 어떻게 허가가 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로당 회원인 정모(74·여)씨도 “비산 먼지 때문에 한여름에도 경로당 문을 한 번도 열지 못했다”며 “경로당 바닥도 균열이 갔는지 지하가 물에 잠기기도 했다. 오피스텔 건물이 높아 볕도 안 들고 바람도 다 막혔다”고 토로했다.

구 관계자는 “공사 진행 여부를 문의했는데 아직 신탁사 측에서 아무런 답변이 없는 상황”이라며 “구는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밖에 할 수 없다. 신탁사 측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냐에 따라 피해 복구 부분도 결정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