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30일 용인구 처인구에서 70대 교통사고 환자가 10여 곳에 이르는 병원을 전전하다 결국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인근에 권역외상센터와 대학병원 등이 7곳이나 있었지만 의사와 병상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한다. 사고 후 정부와 여당은 '지역응급의료 상황실'을 설치해 이송과 전원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응급환자가 도착하면 경증환자를 빼서 병상을 확보하겠고도 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대책은 비난 여론을 일단 피하고 보자는 돌려막기 미봉책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난 3월에도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유사한 대책을 제시했다. 정부 대책대로 '지역응급의료 상황실'이 설치되면 상황이 조금 개선될 수는 있어도 '응급실 뺑뺑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뺑뺑이'의 가장 큰 원인이 전문의부족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환자를 받을수록 병원이 손해를 보는 현행 체계를 손보지 않는 한 응급실을 찾지 못해 숨지는 제2, 제3의 환자가 앞으로도 또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혜영 국회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5년 간 응급환자가 진료를 받지 못해 재이송된 사례가 8769건이다. 이 가운데 1087건은 재이송된 응급실에서도 거절당해 다시 이송됐다. 이를 모두 '응급실 뺑뺑이'라 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최소한 연간 200명 이상이 재재이송 이상 응급실을 전전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재이송 이유는 33.8%가 전문의가 없어서이고, 13.7%가 병상 부족으로 나타났다. '응급의료 상황실'이 설치된다 해도, 환자의 3분의 1은 응급처치를 담당할 의사가 없어서 재이송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전문의를 양성하려면 최소 10여년이 걸린다. 당장 의대 정원을 늘려도 2030년대 후반에야 응급실 전문의 증원이 가능해진다. 게다가 의대 정원 문제는 지난 몇 년 간 전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대수술'이 절실하다는 걸 정부와 정치권도 모르지 않을 터이다. 더는 의료계 눈치 보지 말고 과감하게 의료체계 개혁에 나서주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