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지혜 사회부 차장.<br>
▲ 장지혜 정치부장

외교부 아래 재외동포청을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한 게 지난 2월이다. 재외동포청은 730만명의 해외 동포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 조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기에 정부조직법 공포안에 그가 직접 서명하는 공개 행사를 열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때부터 재외동포청이 어느 지역에 설치될지를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약 200명의 인력이 상주하고 연간 1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갈 재외동포청을 여느 지역이건 간에 탐낸 것이다. 해외 동포들이 지역을 방문했을 때 불러올 경제 활성화와 파생될 여러 산업도 매력적이었다.

인천과 광주, 경북 경주나 충남 천안 등이 유치전에 뛰어들었고 재외동포재단이 있던 제주도도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와 함께 바로 오늘인 6월5일로 재외동포청 개청이 예고되면서 안정적인 출범을 위해 청 소재지는 3월 내 확정되어야 할 것으로 기대됐다. 재외동포청에서 일할 인력 신규채용 절차를 밟고 사무실을 꾸리려면 최소 3개월은 걸릴 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3월을 넘기더니 4월에도 소재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외교부나 정부가 분명하게 설명한 것도 아니어서 불필요한 메타포와 여러 해석만 난무했다.

이러는 사이 유치 경쟁하던 여타 지역들은 소거되고 당위성과 지리성 등에서 두루 막강한 인천시만 남아 외교부와 인천시의 양자 구도가 됐다. 외교부가 서울에 재외동포청을 두고 싶어 해 소재지 결정을 쉽게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져서다.

외교부 산하의 조직이기 때문에 그 구성원의 욕망은 인천의 자격이나 명분보다 앞섰다. 재외동포청 정상 출범에 차질을 빚을 것을 알면서도 소재지 발표를 기약 없이 늦추는 방식으로 이를 관철하려는 묵언의 삭풍 앞에서는 누구라도 지치기 쉬웠다.

실제 5월 들어서 재외동포청을 서울에 설치하기로 거의 확정됐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나 정치권에서는 인천시 간부들에게 “그만 단념하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5월8일 완벽하게 뒤집혔다. 외교부는 대한민국 최초 근대 이민 역사가 시작된 인천시에 재외동포청을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이 간극에서 어떤 일이 있었을까. 유정복 인천시장은 “그동안 일일이 말할 수 없고 책을 한 권 쓰고도 남을 만큼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아마도 유 시장 개인의 정치력과 집념에 가까운 기술이 반전의 역사를 이뤘다는 뜻일 것이다.

뿌리 깊은 정체성을 기반으로 마땅한 목소리를 내며 인천을 위해 제 몫을 찾는 이보다 당략과 개인적 야욕에 따라 손쉽게 인천을 버리는 정치를 한동안 경험한 시민들은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지금의 결과와 활동이 뜻깊다.

다만 욕심과 기대는 끝이 없다.

현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을 모집 중이다. 인천은 오랫동안 타 지역 쓰레기를 가져와 우리 땅에 묻으면서도 주권을 발휘하지 못했던 억울한 내력이 있다.

지금 인천은 수도권매립지 종료와 대체매립지 선정, 매립지공사 관할권 인천시 이관 등을 결정할 아주 중요한 시간을 지나고 있다.

사장에 어떤 인물이 오느냐에 따라 많은 부분이 좌우될 여지가 있다. 환경부 인사나 인천과 무관한 정치권에서 수도권매립지를 맡는 바람에 악화 일로를 걸었던 이제까지의 과오를 개선할 기회다.

정부의 기관으로 그 대표를 선정하는 일에 인천시가 영향을 미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기대를 걸어본다. 또 다른 책 한 권을 쓰기를 말이다.

/장지혜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