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 사례가 날로 지능화, 조직화가 되고 있다. 피해자도 남녀노소, 직업이나 경제적인 계층을 가릴 것 없이 전 국민이 대상자다. 지난 주말 경기도 성남에서 딸을 납치했다고 협박하며 5000만원가량을 갈취하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또 발생했다. 보호자는 보이스피싱일지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딸이 실제 납치당했을 경우 지시를 어겼다가 더 큰 화를 당할까 걱정돼 딸에게 연락해보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범죄 조직과도 연계성이 확장되고 있다.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를 제조·공급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자신도 협박당해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마약 음료를 제조·운반한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범행을 기획한 보이스피싱 조직원 이모씨에게 '협조하지 않으면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사실을 신고하겠다'고 협박받아 범행했을 뿐이며 미성년자가 마시도록 한 것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보이스 피싱 사건은 꾸준히 늘어 2018년 3만4132건(피해액 4040억원), 2021년 3만982건(7744억원) 등 매년 2~3만건을 기록 중이다. 행정안전부가 인공지능(AI) 기반 보이스피싱 음성분석모델을 활용해 음성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보이스피싱범은 검거되기 전까지 절반가량은 2회 이상 범죄를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1명이 34회나 범죄에 가담한 경우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이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어 이제는 범죄의 형태가 아니라 하나의 산업이 됐다고 말한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경기남부경찰청은 총 301명으로 전담 수사팀을 구성, 강력히 단속해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보이스피싱이 더욱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해외 선진국처럼 관계기관을 망라하는 통합 기구가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피해자에게 경제적 피해를 주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인생 자체를 송두리째 뒤바꾸기도 한다. 민생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는 정부와 정치권이 '전 국민이 피해자'인 보이스피싱에 대해 국가적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