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전자영 의원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재조사와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다시 제출했다. 지난 4월 발의했던 첫 조례안이 상위법에 저촉된다는 의견에 따라 이를 보완했다고 한다. 어떻게든 피해자 재조사와 지원이 이루겠다는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지난 2014년부터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강제동원 관련 법안이 28건에 이르지만 여야 정쟁에 막혀 대부분 폐기된 사실과 매우 대조적이다. 국회도 이 모양이고, 정부도 지난 2016년부터 손을 놓고 있기에 조례제정 시도가 더욱 돋보인다.

4월13일자 본란에서 지적했듯이 강제동원 피해 진상을 밝히고 희생자들을 지원하는 일은 국가가 진작 매듭지었어야 하는 역사적 책무다. 경기도의 경우 강제동원 피해자는 1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부로부터 공식 인정받은 인원은 고작 1127명이다. 전 의원이 다시 발의한 조례대로라면, 정부 조사 당시 누락되었거나 이후 추가증거가 밝혀진 피해자들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다. 광역자치단체가 기초조사를 통해 확보한 정보를 정부에 넘기면 정부가 이를 확정하는 방식이다.

현행 강제동원조사특별법 관련 조항을 개정해 정부가 직접 나서는 방안이 훨씬 효율적이고 정확하겠으나, 현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 문제를 어떻게든 미봉하고 넘어가려 하고 있고, 국회 역시 편을 갈라 싸울 뿐 법안을 다룰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광역지자체 차원에서 나서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마침 제주도의회도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전국 광역의회가 협력하여 동시다발적으로 조례 제정을 추진하면 정부와 국회에 큰 압박이 될 것이다. 아래로부터 움직임이 확대되어 나가는 쪽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한일 관계가 미래로 나아가는 일과 과거 피해의 진상을 정확히 밝히는 일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두 일을 혼동하거나 혼동을 바라는 세력에게 휘둘려서는 안 된다. 해방 78년을 맞도록 강제동원의 실상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은 보수-진보, 여야를 떠나 모두 부끄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전국의 시민사회도 동시다발로 강제동원 피해자 재조사와 지원을 촉구하는 운동에 나서면 좋겠다. 피해자들이 고령이므로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