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수원에서 안전한 등하굣길 조성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조은결 어린이의 부모는 횡단보도 거리 확장, 스쿨존 내 안전펜스 설치, 스쿨존 cctv 관제시스템을 통한 신호 위반 단속 등 시스템을 갖춰 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은결이는 지난 10일 낮 호매실동 스쿨존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위반하고 우회전하던 시내버스에 치여 생명을 잃었다. 은결이 부모는 그동안 밤잠을 못 이루고 은결이를 생각했을 것이고, 비통함 속에서 스쿨존 안전을 수천 번, 수만 번 되새겼을 터이다. 토론회에서 제안된 안전대책들이 이번에는 정말로 실행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지난해 여름부터 도심 자동차 속도제한 완화가 추진됐다. 스쿨존에서도 일률적으로 속도를 제한하는 것은 교통흐름에 방해된다는 주장마저 제기됐다. 이른바 '민식이법 놀이'라는, 진실이 확인되지 않은 영상을 근거로 한 일부 언론의 보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 스쿨존에서 발생하는 어린이 사고가 줄지 않는 이유는 이처럼 안전보다 속도를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지역 학교 1349곳 중 보행로가 아예 없는 곳이 269곳, 일부 구간이라도 없는 곳이 398곳(29.5%)이라는 통계 앞에서 우리는 할 말을 잃는다. 스쿨존의 도로구조가 사고에 이토록 취약한데도, 속도 제한을 교통의 방해물로 여기는 사고방식이 만연해 있으니 사고가 줄어들 리 없다. 전국 스쿨존 안전사고는 2020년 324건, 2021년 369건, 2022년 389건으로 오히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은결이 사고와 같은 비통한 일이 발생해도 여론이 잠시 비등했다 가라앉으면 다시 속도 타령으로 돌아가는 풍토부터 몰아내야 한다.

수원 토론회에서 제시된 안전 대책과 아울러 경기도 지자체 스쿨존마다 '우리 도시 스쿨존 사고' 전광판을 설치해 매일 통계를 게시토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학생·학부모·지역주민·운전자·행정 및 교통관계자에게 도로구조 개선, 안전 시스템 보완 등 절실한 과제를 상기시키고, 운전에 주의하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