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지방자치단체 재정에 비상이 걸렸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세입 감소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수원시의 경우 주요 세입원인 삼성전자 법인지방소득세가 올해 들어 1517억 원에 그쳐, 지난해 2141억 원보다 624억 원(29.1%)이나 줄어들었다. 취득세 또한 111억 원으로 재작년 대비 400억 원 감소했다. 모든 지역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눈에 띄게 세입이 줄어 당황하고 있다고 한다. 가뜩이나 충분치 않은 자치재정이 더욱 위축돼 '무늬만 자치'조차 위협받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시급한 사회기반시설 확충 사업조차도 제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기도와 각 시·군은 체납세 징수 강화 등 세금 확보 방안을 마련하느라 부심하는 한편 지출을 최대한 억제해 버티겠다는 각오다. 수원시는 23일 지역 국회의원들을 초청해 재정위기 극복에 협조해달라고 당부하는 자리를 가졌다. 수원시는 앞으로 지출을 최대한 억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수가 부진하면, 세출을 통제하는 게 당연하지만 자칫 민생과 복지 관련 예산 집행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세원이 지방에 분포하는 국세는 지방세로 전환해 나가는 게 맞다. 지방재정 위기 때는 지방교부금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정은 자치단체의 힘만으로는 안 되고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우선은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부터 대응할 수밖에 없다. 위기 상황이야말로 자치단체장의 리더십과 자치철학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어떤 예산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지, 어떤 원칙에 따라 세출을 조정하는지, 투명성은 어떻게 확보해 나가는지 드러나기 때문이다.

지방재정에 빨간불이 들어왔을 때일수록 자치단체장은 시민과 함께 위기극복 방안을 찾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세입이 줄어 어쩔 수 없다며 크고 작은 사업을 일방적으로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구태의연한 방식은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시민 접촉 기회를 더 늘리고 납득과 동의를 구하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