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희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경제·통상 측면에서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협력의 대상
실리적인 외교적 접근 필요

미중 무역도 2021년부터 증가세
이념 내세운 공급망 정책 역효과
美 '스몰야드 하이펜스' 전략 구사

경제안보·경제발전 동시 고려
긴 호흡 정책과 안목 필요
▲ 마이클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4월27일 브루킹스연구소 특강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분리, 탈동조(decoupling)를 하자는 게 아니라 위험 해소(derisking)와 다변화(diversification)를 시도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은 긴장 관계 속에서도 양국 교육에서 지난해 역대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사진출처=브루킹스 연구소 트위터
▲ 마이클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4월27일 브루킹스연구소 특강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분리, 탈동조(decoupling)를 하자는 게 아니라 위험 해소(derisking)와 다변화(diversification)를 시도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은 긴장 관계 속에서도 양국 교역에서 지난해 역대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사진출처=브루킹스 연구소 트위터

 

한중관계, 우리의 이익 따지는 명민한 접근 필요

국가 간의 관계 속에서 국가는 권력, 이익, 가치의 추구라는 세 가지 동기에 따라 움직인다. 달리 말하자면 국가라는 공동체는 “국민을 위해” 안보, 경제, 이념을 추구하는 존재다. 그런데 모든 국가가 안보, 경제, 이념을 같은 비중으로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어디에 더 큰 비중을 두고 무엇을 더 중시할 것인지 공동체의 의지와 능력을 가늠하며 최적의 균형점을 조율해 나간다. 지정학적·지경학적 위치와 국력의 비대칭성에 대한 냉철한 판단에 따라 힘의 투사 방식과 전략을 결정해야만 국민의 안전과 경제를 지킬 수 있다. 한국이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비중 혹은 동일한 방식으로 권력이나 이념을 추구할 필요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현재 한국의 정체성과 지향점이 보편적인 가치에 기반을 둔 개방적인 통상 문화국가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 우리와 관계를 맺고 있는 어떤 대상이든 한 가지 시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되며 조금은 어지럽더라도 다초점 렌즈를 착용해야 한다.

정치 체제와 가치의 측면에서 현재의 중국은 우리에게 불편한 존재일 수 있다. 그러나 경제와 통상의 측면에서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협력 대상이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지나치게 속내를 드러내기보다는 국민을 위해 우리의 이익을 속셈하는 외교적 접근이 필요하다.

 

 

제이크 설리번 “중국과 디커플링하려는 것이 아니다”

지난 4월27일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미 바이든 정부의 외교 전략 설계자로 일컬어지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의 강연이 있었다. '미국의 새로운 경제적 리더십'을 제목으로 한 강연은 바이든 정부의 세계 경제 아젠다를 설명하고 대중국 전략에 대한 해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는 바이든 정부의 경제 정책이 동맹국을 규합해 튼튼한 공급망을 구축하고 중국에 의존함으로써 생겨날 리스크를 줄이고(de-risk), 다변화하는 것이지 디커플링(decouple)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히 반도체와 핵심 광물의 확보에 있어서 미국이 위협 방지 등을 언급했다. 미중의 디커플링은 재앙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1주일 전의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의 경고와 맥락이 맞닿아 있다.

바이든 정부는 그동안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을 통과시켰고 반도체 기술·장비 등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미국 경제에 부메랑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중국에 대한 공격의 범위는 좁히되 강도는 높이는 '스몰야드 하이펜스(small yard high fence)'전략으로 미국의 핵심 기술을 보호하고 나머지 부분에서는 중국에 개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이번에 설리번이 나서서 미국의 의도가 중국에 대한 기술 봉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과학기술을 보호하려는 것이고 군사적으로 미국에 도전하려는 국가들을 겨냥하는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경제 분야에서 미국이 우방들이 뒤처지지 않도록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에 치중하면서 동맹국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상처를 입히고 있다는 여론을 의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료=한국무역협회 해외무역통계

 

중국발 공급망 위협, 과대평가 경계해야

미국은 차츰 원하는 바대로 깔끔하고 정교하게 디커플링 혹은 공급망 재편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아 가고 있다. 미중 무역도 2021년부터 증가세로 전환했다. 물론 일자리 창출과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 등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중국에 편중된 한국의 공급망을 분산시키는 것은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억지로 상호의존성을 해체하려는 정책은 '전략적 자해'에 다름 아니다. 중국으로의 아웃소싱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공급망 재편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기 때문에 경제안보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고려하는 긴 호흡의 정책과 안목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국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경제적 강압 수단의 대부분은 본질적으로 범위와 영향에 있어서 제한적이고 단기적이다. 일반적으로 중국이 무역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했으며 중국 경제 자체에도 피해를 초래하기 때문에 중국은 이를 사용하는 것을 꺼려왔다.

또한 이미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의 비교우위 하락(노동력 감소와 노동세 및 환경세 등)과 공급망 리스크의 대두를 자체적으로 판단하여 중국을 떠나고 있다. 따라서 불필요한 정책 지원은 세금 낭비의 측면도 있다.

이념을 내세우며 공급망 정책을 수립하면 역효과가 크다. 공급망 재편에 대한 한국의 전략은 실사구시 정신에 발을 딛고 모호성을 유지하며 배타성이 드러나지 않는 외교적 레토릭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의 전략과 정책이 한국의 국가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지 미국과 힘을 합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 아님을 분명히 함으로써 우리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스몰야드 하이펜스(small yard, high fence)전략이란?

중국과의 단절을 추구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선별한 핵심 기술을 보호하되 안보 우려가 적은 분야에는 중국과의 협력과 개방을 추구하여 미국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는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전략

▲ 장영희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 장영희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장영희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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