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서 운영되는 돌봄교실이 공간이 부족하자 일반 교실을 돌봄교실로 겸해서 쓰는 '겸용 교실'이 늘어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인천 262개 초등학교에서 운영되는 돌봄교실 666실 가운데 12.8%인 85개 교실이 일반교실과 같이 쓰는 '겸용 교실'이다. 즉 낮에는 초등생이 수업하고 오후에는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의 돌봄교실로 전환돼 쓰인다는 것이다. 수업이 끝난 뒤 교실을 돌봄교실로 다시 활용하는 게 무슨 문제인가 싶지만, 교육공간을 침해함으로써 교육의 질을 저하할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인천에서 '겸용 교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지난달 말 기준 인천지역 돌봄교실 대기 해소율은 16%로,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가장 낮다. 지난 3월3일 인천 돌봄교실 대기자 수는 64명이었는데, 두 달 가까이 지나도록 54명이 대기 상태로 남았다. 교육부는 '초등 돌봄 대기 해소와 2학기 늘봄학교 정책 운영 방향'을 통해 인천에서 '겸용 교실'을 확충하는 한편, 공간 부족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임시 건물 형태인 '모듈러' 활용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겸용 교실'은 교육부의 '늘봄학교' 시범 운영과 맞물려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2025년에 전국 모든 학교에 아침돌봄과 저녁돌봄을 하는 늘봄학교를 도입한다.

교육부의 계획대로라면 사실상 학교가 보육기관 역할을 떠안게 된다. 교육계에선 학교가 보육기관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많다. 지방자치단체가 맡아야 할 돌봄이 학교현장으로 들어오는 것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교사들에겐 수업 외 업무가 더 늘어난다. 이에 교육부는 전담교사제를 들고나왔다. 하지만 교육에 돌봄을 끌어들이는 건 마찬가지다.

교실은 돌봄 공간으로 적절하지 않을뿐더러 교육과 돌봄은 각각 전문 영역으로 정책 주체나 내용, 기능이 달라 엄연히 분리되어야 한다. 국가의 돌봄정책 실패를 땜질 처방하기 위해 교육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교육 당국은 '겸용 교실'을 늘릴 것이 아니라 전용 돌봄교실 확보해야 한다. 또한 정부가 역점 추진하는 늘봄학교가 제대로 기능을 하기 위해선 인력·예산·공간 문제 해결 의지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