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근 화초를 화분에 키우는 '식집사(식물+집사·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가 됐다. 아침마다 화초를 관찰하고 있다. 성의껏 돌보다 보니 이런 게 자식 키우는 기분인 건가 싶기도 했다.

최근 시흥시 하중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5-1공구' 공사 현장 인근 화훼농가에서 염분 섞인 지하수 문제로 키우던 식물들이 전부 고사했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에 나섰다.

현장에서 만난 분재농원 사장이 들려준 이야기는 그날 내내 귓가에 맴돌았다. 그는 “누군가에겐 분재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저에겐 소중하다”며 “20년간 인생을 같이한 나무들도 있는데 공사하는 사람들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를 못 하더라”고 했다.

화초를 얼마 키우지 않은 나조차도 싹에 시든 빛이 보이면 걱정되고 신경 쓰인다. 하물며 20년을 넘게 키워온 나무가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는 것을 본 이의 심정은 어떨지 가늠도 어렵다.

신안산선 공사가 화훼식물 고사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규명되진 않았지만 공사 이후 지하수 단수와 염지하수 등으로 작물에 피해가 발생했고 그 일대 농가에선 추가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업에 참여하는 롯데건설 등 시공사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 사업을 시행하는데, 이번 염지하수 피해에 대한 대처는 동네 구멍가게 수준이다.

시공사와 정부, 시흥시가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은 이미 벌어졌고 앞으로가 중요하다. 더욱이 인근 농경지 논에서도 염지하수의 영향으로 의심되는 염분 수치가 검출됐다.

이곳 농경지는 시흥시의 특산물인 '햇토미'가 생산되는 곳이다. 전문가들은 염분이 식물에 악영향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단순히 비닐하우스 몇 개 정도로만 치부해 대충 일 처리를 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김혜진 경기본사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