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미래형 통합운영학교가 우여곡절 끝에 16일 첫 삽을 떴다.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아이파크 단지' 남쪽에 들어서는 곡선3초·중학교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가 한 울타리에서 교육을 하고,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복합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미래형 통합운영학교는 교실과 운동장 등 학교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초·중등 교과 과정을 통합하고 학년 구분 없는 교사 활용 등 획기적인 변화를 지향한다.

미래형 통합운영학교는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로 기계적으로 분리된 현행 학제와 교육과정의 경직성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서 제시된 개념이다. 학교가 지역사회 커뮤니티의 중심 공간이 되도록 하여 학교와 주민의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민의 정주의식을 높이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러한 장점에 주목하여 그동안 미래형 통합운영학교 구상을 발전시켜왔다.

곡선3학교는 원래 계획대로라면 2020년 여름에 착공하여 올해 개교했어야 한다. 하지만 '아이파크 단지'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학교복합체육시설을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자사에 유리하게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반발을 샀다. 수원시가 현대산업개발 편에 선 듯한 입장을 보여 갈등이 더 깊어졌다가 가까스로 봉합하여 첫 삽을 뜨게 되었다.

문제는 통합운영을 위한 준비가 과연 되어 있는가이다. 현행 교육체계 상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은 교차 지도가 불가능하다.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연계 교육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창의적 체험학습이나 방과 후 학교 정도나 공동운영할 수 있는 정도다. 그렇게 되면 미래형 통합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진다. 초등학교 졸업생의 중학교 배정 문제도 난제다. 곡선3학교 초등과정 학생은 그대로 중학교 학급으로 넘어가야 하지만 특혜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곡선3 출신을 다른 중학교로 배정하면 통합형 연계운영은 껍데기가 된다. 일단 어물쩍 넘기고, 나중에 법과 제도 때문에 어쩔 수 없노라고 변명할 요량이라면 당장 '미래형 통합운영학교'라는 타이틀은 거두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