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모 신송고 학생안전부장
4년째 한결같이 등굣길 지켜
축구대회로 사제간 정 쌓기도
동료 “활기 넘치는 모습 귀감”
학생도 “선생님 뵈면 든든해”

“안녕? 그래, 왔어?”

매일 아침 인천 연수구 신송고등학교 정문 앞에선 호루라기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횡단보도 한가운데에서 밀짚모자를 쓰고 호루라기를 문 채로 투박한 인사를 건네는 주인공은 이 학교 학생안전부장인 박병모(53·사진) 교사.

신송고에 부임한 지 4년째인 그는 자발적으로 오전 7시30분이면 출근해 등굣길 안전 지도에 나선다. 왕복 2차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아파트 정문을 마주하는 신송고에선 통학 차량과 아파트 출입 차량이 맞물려 그동안 불편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서재영 교감은 “등굣길이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솔선수범하는 박 선생님 덕분에 학생들이 안전하게 학교를 오고 있다”고 말했다.

스승의 날을 앞둔 지난 12일 신송고에서 만난 박 교사는 한 손에 밀짚모자를 들고 있었다. 점심시간마다 열리는 축구대회 심판을 막 끝마친 참이었다. 그는 “아침 햇볕을 가리려고 쓰기 시작한 밀짚모자가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며 웃었다.

강원도 양양 출신인 박 교사는 1994년 중구 전동에 있던 인천여중에서 처음 교편을 잡았다. 옛 제자를 학부모로 만날 만큼 세월이 흐르면서 인천이 '제2의 고향'이 됐고, 담임보다 학생안전부장이란 직책이 익숙해졌다. 동료 임지연(45) 교사는 “등굣길에는 안전을 챙기고, 점심시간에는 축구대회로 학생들에게 추억을 선물한다”며 “학생안전부장 자리를 다들 기피하는데 늘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으로 학생들과 일체감을 쌓는 모습이 귀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교 이후에도 박 교사는 밀짚모자를 쓰고 자전거를 타며 교외 생활 지도를 한다. 신송고 학생회장인 2학년 권도엽(18)군은 “등하굣길에서 박병모 선생님을 뵈면 든든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AI(인공지능)가 교사 직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선생님들이 학교에 계셔야 하는 이유를 몸소 보여주신다”고 전했다.

신송고 학생회는 15일 점심시간에 급식실 앞에서 비누꽃으로 꽃다발을 직접 포장해 카네이션 전달식을 연다. 스승의 날 행사는 코로나19로 멈춘 지 4년 만이다.

교직에 몸담은 지 29년, 해마다 돌아오는 스승의 날이면 '밀짚모자 선생님'은 고등학생 시절 은사를 떠올린다. 박 교사는 “양양고를 다녔을 때 체육을 가르쳐주시고,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셨던 권오근 선생님처럼 되고 싶어서 체육 교사를 했다”며 “정년 퇴직하셨는데 20년 정도 연락을 못 드렸다. 선생님이 항상 생각난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