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출신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예가인 검여 유희강(1911∼1976)의 작품이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상설 전시될 예정이다. 지난 2일 인천시립박물관과 성균관대 박물관이 검여 유물 교류 및 공동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어 검여 작품이 인천으로 귀환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인천시의 검여 유품 거부 이후 유족이 검여의 모교 성균관대에 유품을 기증한 후 4년 만이다.

당시 검여 유족과 제자들은 검여의 고향에 대한 애정을 받들어 인천시에 수차례 유물 기증 의사를 밝혔지만 인천시는 수장고가 없다는 이유를 들며 냉대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이에 실망한 검여 유족은 성균관대 박물관에 작품 400여점과 습작 600여점, 벼루, 붓 등 유품 1000여점을 기증했다.

시의 유품 거부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사회는 시의 안일한 문화 인식에 거세게 반발했고, 시는 뒤늦게 “수장고를 마련하겠다”는 대책을 내놓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으나 검여 외에도 인천 문화유산의 외부 유출 흑역사가 다시 거론되며 논란이 확산했다.

검여와 함께 한국 서예계의 큰 봉우리인 인천 강화출신 동정 박세림(1925~1975)의 작품과 유품도 유족이 인천시에 기증 의사를 밝혔지만 시가 거들떠보지 않아 대전대로 고스란히 옮겨진 바 있다. 또 작곡가 겸 가요연구가인 김점도씨가 인천수봉문화회관에 보관하고 있던 가요책자 2000여권과 유성기판 2300여장, 레코드판 2만여장 등 자료가 시의 무관심으로 경기 용인시 신나라레코드 가요연구소로 옮겨졌다.

시립박물관은 성균관대 박물관과 업무협약으로 상설전시장 3층 고미술실에 '검여 진열장'을 마련하고 검여 작품과 인장 등의 유품을 상설 전시할 예정인데, 검여에 대한 연구도 진행한다. 상설 전시과 검여 연구를 통해 인천시민이 검여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인천 예술을 대표하는 검여를 '진열장'에 가둬놓은 데 만족해서는 안 된다. 당장 34m에 달하는 대작인 '관서악부' 등 검여의 대표작품 등을 인천에 상설 전시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검여를 온전히 인천에 품으려면 할 일도 많고 갈 길도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