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를 보호하는 습지는 홍수와 가뭄 등의 자연재해를 줄이고, 다양한 생물종이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알려졌다. 기후 변화를 완화하는 데에도 한몫을 해 주목을 받지만, 무분별한 개발로 점점 사라지고 있다. 갯벌·호수·하천·해안·논 등도 포함되는데, 습지가 주는 이로움은 정말 많다. 우선 생물들이 살 수 있는 서식지와 먹이를 제공해 모든 생물종의 40% 가량이 습지에 서식하며 안정적인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넓은 갯벌을 자랑하는 인천엔 갯벌 주변을 생태 습지로 지정한 데가 많다. 철새와 텃새 등 각종 동식물이 터전으로 삼는다. 미추홀구 아암대로 인근 학익유수지(용현갯골) 수변공원도 그런 곳 중 하나다. 그런데 사람 발길이 닿기 쉽지 않은 공원 갈대밭이나 구석에 폐비닐·페트병·버려진 담요 등이 널려 있기 일쑤여서 새들을 위협한다. 저어새·물수리·중대백로·청다리도요·흰뺨검둥오리 등이 먹이를 찾아 머무는 곳이라고 한다. 특히 전 세계에 6천여 개체수밖에 없는 멸종위기종 저어새는 하루 대여섯마리가 여기서 먹이활동을 한다. 문제는 용현갯골 수변공원 둥지엔 새들이 먹이나 둥지 재료로 착각해 가져온 스티로폼·사탕 봉지·노끈 등을 다수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칫 새들이 먹었다간 치명적인 상황에 이르게 된다. 용현갯골 쓰레기는 유수지 주변을 드나드는 보행자와 운전자 등이 마구잡이로 버리는 게 대부분이다. 유수지 인근 도로에선 운전자들이 창문을 열고 생활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생태 습지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용현갯골 수변공원에 공공 근로자들이 주기적으로 청소를 한다고 하지만, 갯골 안쪽 등 접근이 어려운 곳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구에선 현장을 조사해 공간을 깨끗이 정비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 생태 습지가 긴요한 이유는 동물과 식물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데 있다. 자연의 모습을 보며 생태의 중요성을 직접 경험하는 사람에게 습지는 지속가능한 삶을 이해하게 만든다. 부디 생태 습지에 대한 관심을 더욱 기울여 깨끗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자. 서식 동식물 보호는 결국 인간도 공존할 수 있는 지혜를 제공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