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회고 담은 초대전 열어
'자연의 사물은 영감의 원천'
'춤추는 정원' 체험전시 선봬
듀얼리티 등 5가지 테마 나눠
문화 인터뷰
▲ 설치미술가 심영철 교수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설치미술가 심영철 교수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흩날리는 벚꽃이 봄의 막바지에 왔음을 알린다. 귓바퀴를 둘러싼 바람 소리. 코끝을 맴도는 나무 냄새. 마치 그림 속을 헤매듯 오감이 저릿해진다. 찬란하게 내뿜는 빛은 촉촉한 꽃잎을 대신했고 반사된 거울 위로는 고요히 물메아리가 일었다.

설치미술가 심영철 수원대 교수가 40여년의 회고를 담은 초대전 '춤추는 정원'을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오는 29일까지 개최한다. 1층부터 4층까지 전관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심영철 작가의 40년 작품 세계를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심 교수에게 자연의 사물은 영감의 원천이다. 여기에 코로나19, 대지진, 전쟁 등 재난이 가시화된 오늘날 자연과의 공생은 인류에게 주요한 화두이자, 그의 작업에 있어 출발점이 돼 오고 있다. 환경과 인간의 문제를 지속해서 탐구한 '일렉트로닉 가든', '모뉴멘탈 가든' '시크릿 가든', '매트릭스 가든', '블리스플 가든' 등 심 교수의 작업은 이제 '춤추는 정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래전 벚꽃이 찬란하게 날리는데 가슴이 벅차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픈 기억들이 몸살 앓듯 지나갔는데 그 과정을 겪으며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번 전시 타이틀 '춤추는 정원'은 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에서 착안했습니다. 마치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라는 시의 구절처럼 한바탕 소풍을 다녀온 저의 인생을 회고하며 이번 전시를 열게 됐습니다.”

▲ 설치미술가 심영철 교수의 전시 '춤추는 정원'에서 꽃비정원에 벚꽃을 형상화 한 작품이 꽃비가 돼 내리는 모습
▲ 설치미술가 심영철 교수의 전시 '춤추는 정원'에서 꽃비정원에 벚꽃을 형상화 한 작품이 꽃비가 돼 내리는 모습

전시 '춤추는 정원'은 오감을 충족시키는 체험 전시로 선보이고 있다. ▲꽃비정원 ▲흙의정원 ▲물의정원 ▲하늘정원 ▲듀얼리티 등 5가지 테마로 나뉜 작품들은 갤러리 전관을 알차게 채우고 있다. 여기에 각각 테마에 맞는 음향과 향, 특히 VR까지 더해져 관객에게 온몸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 설치미술가 심영철 교수의 전시 '춤추는 정원'에서 흙의정원 테마에 전시된 도예 조형물
▲ 설치미술가 심영철 교수의 전시 '춤추는 정원'에서 흙의정원 테마에 전시된 도예 조형물

“땅, 불, 바람, 물, 쇠 등 천연의 모든 재료와 아트피셜적인 요소를 합쳐 조형적으로 풀어냈고 테크놀로지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오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전시로 선보이게 됐습니다.”

VR 또는 AR, 터치스크린 등 하이테크놀로지 기술을 차용한 작업 트렌드는 일찍이 심 교수가 보여왔던 방식 중 하나다.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1993년 대전 엑스포에 출품했던 일렉트로닉 가든 작업에선 터치스크린을 통한 조형작업을 소개했고, 1994년에는 카이스트에 자문을 얻어 VR이나 홀로그램을 도입한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죠. 당시엔 이런 하이테크놀로지 기술이 낯설고 생소하다 보니 주목받진 못했지만 언젠가 하나에 소재가 될 수 있으리라 확신했습니다.”

▲ 설치미술가 심영철 교수가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심 교수는 이번 전시가 '쉼'을 얻어가는 전시가 되길 바라고 있다. 교육자로, 작가로, 쉴 새 없이 달려온 그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기도 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이번 전시가 치유의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춤추는 정원을 거닐며 외로움, 상처, 원망 고된 인생살이 근심들을 전시장에 모두 내려놓고 가시길 바랍니다.”

심영철 교수는 성신여대 조소과 졸업 후 1994년 토탈미술상, 2001년 한국미술작가상, 2007년 석주미술상 등을 수상했다. 2018년 한국여류조각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수원대학교 조형예술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글·사진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