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순신 사태' 이후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어진 이번 대책의 골자는 첫째, 가해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 정립, 둘째, 피해학생 최우선 보호, 셋째, 학교 현장의 학교폭력 대응력 제고다. 전반적으로 보아 약간의 효과가 기대되는 측면이 있으나, 학교폭력 관련 통계가 향후 근절의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크지 않을까 우려를 감추기 어렵다.

가해학생 학생부 조치사항 기록 보존 간을 현행 졸업 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대학입시에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한다는 것이 무관용 원칙이다. 가해 내용 학생부 기재와 대입 반영은 학교폭력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듯하다. 다만 대입 반영률은 원칙적으로 대학 자율인 만큼 전학(8호) 퇴학(9호)보다 낮은 처분일 경우 얼마나 반영할지 미지수다. 학생부 기록 보존 기간 연장은 감정적 조치일 뿐 실효가 있을지 모르겠다.

반면 학생부 기록 삭제를 위한 소송 제기는 많이 늘어날 게 뻔하다. 지금도 사회적 여유와 경제적 지위가 있는 학부모들은 가해자인 자녀의 학생부 기록을 삭제 또는 하향 조정하기 위해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제기한다. 학교폭력 입시 반영이 강화될수록 법정으로 가는 케이스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교육현장에서는, 방향성이 백번 옳더라도 학교폭력 예방과 교육적 해결역량을 강화할 지원방안이 뒤따르지 않으면 공허하다고 지적한다. '좋은교사운동'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피해학생에게 필요한 심리상담과 의료·법률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했으나 이를 담당할 전문 지원인력 확보 방안은 대책에 들어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한 교원이 학교폭력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고의성이나 중대 과실 여부 판정 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여전히 크기 때문에 학교 현장의 대응력이 강화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악화된 민심을 달래기 위한 미봉책으로 학교폭력이 근절될 리 만무다. 2004년 이후 제대로 손질된 적 없는 학교폭력예방법을 근본적으로 손보는 한편 더 세심하게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