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희 경기본사 사회2부 부국장.
▲ 이동희 경기본사 사회2부 부국장.

한국예술종합학교 유치전이 치열하다. 한예종은 1992년 우리나라 첫 국립 전문예술교육기관으로 문을 연 뒤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을 배출한 K-클래식의 산실이다.

서울 석관동 한예종 캠퍼스는 조선 경종의 묘인 의릉을 에워싸고 있다. '의릉'이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자 문화재청은 왕릉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예종은 캠퍼스 이전과 함께 단일 통합캠퍼스를 건립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

과천시는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한예종을 유치해 세계적인 예술학교로 육성하겠다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과천시의회도 한예종 이전 촉구 결의문을 채택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과천은 정부청사 이전의 최대 피해 지역이다. 그에 대한 보상을 한예종 유치로 받겠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고양시도 한예종 유치 제안서를 문체부에 전달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고양시는 장항 공공주택 사업부지 내 빈터 11만7568㎡를 매입해 한예종을 짓고 학생과 교직원의 기숙사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해 놓고 있다. 경기고양방송영상밸리 등과의 연계 구상도 제시했다.

서울 송파구는 방이동 올림픽 선수촌 인근 땅을 매입해 한예종을 짓겠다며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지하철역이 가깝고, 대규모 공연·전시장 등이 풍부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해당 부지는 현재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다.

한예종 석관동 캠퍼스 지키기 추진위는 학교 이전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추진위는 '이전 비용 5000억원 절약'이라는 경제적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또 철거 대신 규제를 완화해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지는 문화 밸리를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한예종 유치는 행정으로 평가돼야 한다. 정치와 뒤섞이면 과열로 흐른다. 한예종이 어느 곳에 새 둥지를 틀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동희 경기본사 사회2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