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석 경기본사 사회2부장<br>
▲ 정재석 경기본사 사회2부장<br>

“광명시민은 선진 시민의 의식을, 정부는 후진국의 행태를….”

정부가 수원군공항 이전 등 경기도 내에서 행하는 여러 사업 중 구로차량기지 이전 관련 사업 하나만 보더라도 얼마나 불통이고 어설픈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툭' 던져 놓고 중재자 역할은 외면하면서 국민이 서로 치고받고 싸우다 지치기만을 바라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 한마디로, 개발도상국이던 70~80년대 밀어붙이기식 일방통행으로 국민을 짓밟던 '독재의 망령'을 보는 듯하다.

정부는 2005년 구로차량기지 이전 추진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정부는 수도권발전종합대책의 하나로 서울 구로구에 있는 철도차량 기지를 2026년까지 1조700여억원을 들여 9.4㎞ 가량 떨어진 광명시 노온사동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광명시민과 시민사회단체, 광명시는 정부 발표 즉시 하나가 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역개발에 걸림돌이었던 서울 구로구의 민원이 단초가 됐다. 광명시민과 경기도민의 의견은 안중에도 없었다. 입지 선정 및 사업의 타당성 등은 물론 어느 하나 제대로 설명조차 못 하면서 18년째 밀어붙이기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태도는 잘못돼도 한 참 잘못됐다.

정부는 이번에도 '그러다 지치겠지, 받아들이겠지, 뭐 어쩌겠어…' 하는 요량이라면 큰 오산이 아닐 수 없다.

광명시민과 경기도민의 결연한 의지를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쓰레기매립장, 하수종말처리시설, 화장장 등 과거 서울시민이 사용하면서도 혐오 시설들을 수도권, 특히 경기도에 많이 이전하고 설립한 사례가 있다. 엄혹했던 그땐 그럴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전혀 통할 수가 없는 세상이다.

좁디좁은 마을 길 하나를 놓는데에도 양쪽 마을 주민의 의견을 듣고 한참을 조율하고, 다듬어 합의를 끌어낼 정도로 국민의식이 높다.

광명시민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도 차분하면서도 일사불란하게 논리적으로 정부와 맞서고 있다. 18년째 이어진 지난한 싸움이라는 것을 보면 과격할 만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길 하나를 두고 이웃으로 지내왔던 광명시민과 구로구민의 민심을 둘로 갈라놓은 것도, 정부가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반세기 전에나 가능했을 정부의 막가파를 2023년 지금 보고 있자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구로차량기지 광명시 이전에 처음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광명시를 통해 냈다. 늦었지만, 외로운 싸움을 하던 광명시민과 광명시는 큰 힘을 받게 됐다.

김 지사는 최근 일직동에서 열린 '경기도-광명시 맞손 토크'에 참석하면서 주민을 만나 의견을 듣고 협력을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를 만난 이승호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 반대 공동위원장과 박철희 집행위원장은 지역 주민의 피해와 사업의 부당성을 알렸다. 왜 구로차량기지가 광명에 와서는 안 되는지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논리적으로 명확한 설명에 김 지사 역시 납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4월로 예상하는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 타당성 재조사 결과 발표를 두고 재정사업분과회의가 지난 2월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열렸다. 18년이 흐른 지금, 구로차량기지 이전 계획이 타당성 재조사만 3번 실시하면서 사업의 취지나 개발 환경도 많이 변했다. 정부는 2005년의 과거를 2023년 현재에 억지로 맞추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모든 계획을 백지화하고 주민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결자해지해야 한다. 그것만이 광명시민의 가슴 깊이 박힌 대못을 뽑고 상처를 치유하는 첫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광명 사례로 이런 행태를 근절하는 기준을 세우고 모든 국민이 평안한 선진정책을 펴길 바란다.

/정재석 경기본사 사회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