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보다 2주 이상 일러
기후 위기 따른 온난화 현상
21세기 후반 2월에 꽃 필 수도
꽃 수분 매개충 활동 못 하기도
동식물도 온도 변화 적응해야

인천에서 '벚꽃 개화일'이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때 이른 시기에 벚꽃이 망울을 터뜨리자 환경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에 따른 생태계 교란을 우려하고 있다.

4일 인천기상대에 따르면 올해 중구 자유공원 내 벚꽃 개화일은 '3월31일', 만개일은 '4월2일'이었다. 인천기상대는 이 공원의 벚나무를 통해 개화일과 만발일을 기록한다.

인천지역 벚꽃 개화일은 전반적으로 빨라지는 추세다. 인천기상대가 벚꽃 개화일을 관측한 기록을 보면 지난해 벚꽃 개화일은 4월9일이었다. 2013년에 벚꽃이 4월17일에 핀 것을 고려하면 올해 벚꽃 개화일은 10년 전보다 무려 2주 이상 빨라졌다.

조경두 인천기후환경연구센터장은 “벚꽃이 일찍 피는 현상은 기후 위기에 따른 온난화 현상 중 하나”라며 “이로 인한 생태적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특히 인천의 올 3월 평균 기온은 '8.1도'로 평년보다 2.5도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기상청은 '미래 우리나라 기후변화 시나리오'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지지 않으면 21세기 후반에는 2월에 봄꽃이 모두 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옥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봄이 되면 목련과 진달래, 개나리, 벚꽃이 차례로 피었는데 최근 들어 봄꽃들이 한꺼번에 피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벚꽃을 비롯한 봄꽃이 동시에 피는 현상이 동식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꽃의 수분을 옮기는 매개충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부설 생태역사공간연구소 공동준비위원장은 “대표적 매개충인 벌이 수분을 옮기지 못하면 나무 열매가 잘 맺히지 않거나 부실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벌이 살아남지 못하면 상위 포식자인 새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벚꽃 외에도 인천 각지에서는 생태계 이상 징후가 잇따라 발견되는 상황이다.

3월 중순쯤 남동유수지에 찾아오는 저어새도 3월 초에 발견되는 경우가 늘었다. 계양산 개구리는 3년 전에 비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가 보름 이상 빨라졌다.

박 사무처장은 “수많은 세월 동안 지켜졌던 절기가 무너지고 있다”며 “과거 기후에 적응하며 살았던 동식물들이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고 말했다.

/안지섭 기자 aj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