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새벽 안산시 단원구에서 발생한 다가구 주택 화재로 나이지리아 국적의 일가족 7명 중 네 남매가 사망한 사건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처지를 다시 일깨워 주었다. 해당 가족은 지난 2021년 화재 사고로 원곡동에서 현재의 선부동으로 거처를 옮겼으나, 2년여가 지난 이날 또다시 전기적 요인으로 네 남매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224만5912명으로 이중 불법 체류 외국인도 무려 41만여명에 달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주로 제조업, 건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농림어업 등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국내 영세사업장에 종사하면서 우리 산업 전반을 견인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번 사건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열악한 주거 환경과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포천의 돼지농장에서 비참하게 살다가 숨진 태국인 분추씨 사건이나 2020년 12월 경기 포천시의 한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영하 20도 강추위에 숨진 캄보디아 국적의 이주노동자 속헹씨의 비극을 겪었다.

다행히 경기도의회가 이주노동자의 인권 보장과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전국 최초로 마련한 '경기도 농어업 외국인 인권 및 지원 조례'가 시행에 들어갔고 포천시도 '태국인 노동자의 사망 사건'과 관련, 농축산 분야 외국인 노동자를 지원하는 조례 제정에 나선 것은 불법 체류자의 현실을 인정하는 진일보한 조치로 환영받을 만하다.

한국의 노동시장 변화와 필요 때문에 더 많은 외국인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역의 이웃으로 생활공동체로 잘 지내기 위한 우리의 열린 마음과 포용할 수 있는 제도적 마련이 필요하다. 외국인 노동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결국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됐다.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차별을 금지하는 법적 제도를 보완하고 특정 분야의 고용을 허용하고 관리하는 제도의 도입, 근로 조건 등 정보 제공의 강화, 현장 감시와 제재, 인권 담당기구의 강화 등을 통해 진정한 우리 산업의 동반자로 인정하는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