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국적 화교, 인권위에 진정
일방적 두 번째 마약·폭발물 검사
개방 장소서 '인권 침해' 지적
외국인 16.3% “차별 경험” 응답
인천세관 “성실히 조사 임할 것”
인천국제공항 전경. /인천일보DB
인천국제공항 전경. /인천일보DB

대한민국 영주권을 가진 외국인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한 입국 과정에서 관세당국으로부터 별다른 이유 없이 중대 범죄자 취급을 받아 인권 침해를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대만 국적 화교 A(50)씨는 27일 인천일보에 “지난 20일 인천본부세관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 침해 진정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가 주장하는 인권 침해 사건은 이달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이날 오후 8시쯤 공항 검색대 통과를 앞두고 있던 A씨는 “이쪽으로 따라오라”는 세관 직원 호출에 다른 쪽 검사대로 향했다.

A씨는 “세관 직원이 아무 말도 없이 가방을 열고 밴드 같은 걸 꺼내서 가방 안팎을 문지른 뒤 그걸 갖고 어디론가 갔다”며 “검사를 다 받은 뒤 뭐하는 것이냐 물으니 마약·폭발물 검사라고 하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관세청 고시에 따르면 세관은 양귀비나 화약류 등 신고 대상 물품을 신고하지 않거나 불법 반입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마약·폭발물 소지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

당시 그는 자녀 유학을 위해 말레이시아에 갔다가 국내로 돌아오던 중이었다.

아울러 마약 관련 전과가 없을뿐더러 이와 관련한 물품도 지니지 않았고 '손가방'만 갖고 입국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한국 세관의 마약범, 테러범 취급에 자괴감을 느꼈다”며 “경찰도 마약범을 조사할 때 마약 검사 동의를 구하는 것으로 아는데 인권 국가에서 세관이 어떻게 아무런 설명과 동의도 없이 함부로 검사하고 범죄자 취급을 하는가”라고 토로했다.

이어 2018년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마약·폭발물 검사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세관이 개방된 장소에서 검사한 것을 두고서도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권위는 “검사 과정이 제삼자에게 노출되는 것을 막지 못해 수치심이나 모멸감을 주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권과 사생활 비밀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A씨는 대만 국적 화교이지만 한국에서 나고 자란 영주권자며 현재 인천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다.

그는 “외국인이라 검사를 받았다는 것 외에 딱히 이유를 찾을 수 없는 명백한 외국인 인권 침해”라고 강조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외국인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외국인은 16.3%였다.

상황이 이렇지만 인천본부세관은 A씨 사건에 대해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인천본부세관 관계자는 “인권위에서 아직 별다른 통보가 없어 자세한 내용은 확인이 안 된다”며 “조사가 실시되면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