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학과 통폐합'…학생 불만
학령 인구 감소로 경영난 겪어
인기학과 제외 학부제로 개편
신입생 모집 어려워 폐과 진행
경기도의 한 4년제 대학 캠퍼스.
경기도의 한 4년제 대학 캠퍼스.

“학과를 보고 입학한 건데 갑자기 다른 학과와 학부로 통합한다거나 학과 명칭을 바꾼다고 하면 이 학교를 왜 왔나 싶죠.”

20일 경기도내 한 4년제 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신입생 정모(20)씨는 학령인구 감소로 경영난을 겪는 도내 대학들이 학과 통폐합·신설 등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이 같은 불만을 토로했다.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전국 4년제 대학 학과 통폐합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도내 4년제 대학 22곳 중 171개 학과의 통폐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사유는 학과 경쟁력 강화, 신입생 모집 저조 등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협성대는 학과 경쟁력 강화를 사유로 인문사회·예체능 계열 15개 학과를 통폐합했다. 최근 3년 간 현황을 보면 가천대, 가톨릭대, 강남대, 단국대, 한경대 등도 비슷한 이유로 학과 명칭을 변경하거나 학부 통합 등으로 개편했다.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 불가피하게 폐과가 진행된 곳도 있다. 지난해 용인대는 정원 감축으로 인해 군사학과를 폐과했고, 수원대도 2021년도 신입생 정원 미달로 행정학과(야)를 폐과했다.

경기도내 한 대학 커뮤니티에 학과 통폐합에 불만을 표출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사진=대학 커뮤니티 화면 캡처

재학 중인 학생들은 학과 통폐합으로 피해를 보게되는 건 학생들이라고 입을 모았다.

학과가 통폐합된 도내 4년제 대학 재학생 이모(23)씨는 “학교가 소위 인기있는 학과를 제외하곤 대부분 학과를 통합해 학부제로 개편했다”며 “학부로 통합됐을 때 학점이 모자라서 원하는 전공 수업을 못 듣게 되면 억울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학 익명 커뮤니티에서도 학과 통폐합을 두고 불만을 표출하는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게시글 작성자는 “학부제를 하면 원하는 전공을 못 할 수도 있는 게 너무 크다”며 “이 학교에 온 이유가 전공이 학과제여서 온 건데 학부제로 개편한 걸 보니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러나 내년부터 교육부의 '정원 조정 자율화' 등이 담긴 대학구조 개편 방침에 따라 각 대학에서 자체적인 운영이 가능해지면서 학과 통폐합·신설을 시행하는 대학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도내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의 불만도 크지만 학교 입장에서는 학생 수가 줄면 경영상 운영이 힘들기 때문에 학과 통폐합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학생과 학교의 중간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