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가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지원하는 조례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 돼지농장에서 비참하게 살다가 숨진 태국인 분추씨(67) 사건이 계기가 되었지만, 어찌됐든 전국 최초로 기초자치단체 수준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생활상태 등을 살피고 향상시키는 조례를 제정키로 한 포천시의 결정을 환영한다.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지역 특성을 충분히 감안한 조례가 만들어지고,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주도록 포천시가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주기 바란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의 신분이 불법체류자인 경우 조례 수준에서 적절한 대책을 세우는 일은 불가능하다. 불법체류자 문제는 국내 산업·노동 현실과 출입국관리 등 여러 정책 전반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까다롭고 복잡한 사안이라고 계속 외면하고 은폐하면 분추씨 사례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국회와 정부가 나서서 좀 더 전향적으로 불법체류자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 올해 1월을 기준으로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모두 214만6500여명이고, 이 가운데 불법체류 외국인은 20%에 육박하는 41만1000명가량으로 추정된다.

취업이 가능한 비자가 아닌, 관광비자나 사증면제비자로 들어와 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주지하다시피 내국인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의 인력난이 심각하기 탓이다. 업주들은 더구나 인건비가 싼 불법체류자들을 선호하기까지 한다. 채소재배나 축산업의 경우 불법체류자 고용이 관행처럼 굳어진지 오래다. 당국은 이를 묵인하다가 필요할 때 한 번씩 단속과 추방에 나선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농축산업 등 특정 산업의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별도로 관리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낫다고 본다. 아울러 고용허가제의 허점을 보완하고, 계절노동자 유입을 탄력적으로 운영토록 해야 한다. 일정 기간 성실하게 일하고 납세 의무를 지킨 외국인의 경우 구제하자는 주장도 적극 검토해보기 바란다. 불법체류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임금을 체불하는 악덕 업주를 강력 처벌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