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증명 현장 잇단 철거 속
부평구, 사유지 제외 4개동 추진
16일 전문가 자문회의 개최 예정
미쓰비시 줄사택. /사진제공=부평구
미쓰비시 줄사택. /사진제공=부평구

인천에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을 증명하는 현장들이 잇따라 철거 운명을 맞는 가운데 조선인 노동자 합숙소로 쓰였던 '미쓰비시 줄사택'이 등록문화재 신청 절차를 밟는다. 줄사택은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전범기업 미쓰비시의 강제동원 흔적으로 꼽힌다.

부평구는 미쓰비시 줄사택의 국가 등록문화재 신청을 앞두고 오는 16일 전문가 자문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등록문화재 신청 대상은 부평2동에 남아 있는 줄사택 6동 가운데 사유지를 제외한 4동이다. 10세대가 거주했던 10호짜리 2동과 4호 주택 2동이다. 줄사택은 한 지붕 아래에 여러 집이 줄지어 늘어선 형태다.

줄사택은 일제강점기 군수기업이었던 미쓰비시제강에서 일한 조선인 노동자 숙소로 지어졌다.

구가 공영주차장을 조성하려고 줄사택을 매입하면서 허물어질 위기에 놓이자 2020년 문화재청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된 노동자 실상을 보여주는 역사적 장소”라며 보존을 요청했다. 지난해 말 민관협의회는 “줄사택을 지역 자산으로 보존·활용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는 정책 권고안을 구에 전달했다.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둘러싼 논란 속에 일제강점기 징용을 보여주는 현장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나고 있다. 일본 육군 조병창 병원으로 알려진 건물은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 토양오염 정화 과정에서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대규모 연립주택 단지인 산곡동 영단주택도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부평역사박물관은 지난해 말 발간한 '산곡동 87번지 부평 영단주택' 보고서에서 “조병창에 강제동원된 조선인 노동자에게 임대할 목적으로 개발된 주택지”라며 “강제동원 노동자들이 머물던 사택 또한 재개발 흐름 속에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제강점기 부평은 한강 이남에서 최대 군수물자 생산지였다. 철거 운명을 피한 강제동원 흔적은 미쓰비시 줄사택이 유일하다시피 하다. 구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상반기 안에 국가 등록문화재 신청서를 제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