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문일 논설위원.
▲ 이문일 논설위원.

인천 중·동구 주민들은 '구도심'이란 말을 마뜩치 않게 여긴다. 과거의 영화를 뒤로 한 채 삶을 이어가는 일도 서러운데, 그렇게 불리는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가뜩이나 주민 수 감소로 행정구역 개편을 논의하는 터에, 번창했던 옛날을 상기하며 활성화 방안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인천시와 중·동구도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원도심 살리기'에 발벗고 나선 상태다.

그런데 인천시교육청이 이에 반하는 정책을 펴 지역의 반발을 사왔다. 시교육청은 지난 2021년 중구 내 제물포고를 송도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갈수록 학생 수가 줄어 불기피하다는 논리였다. 제물포고를 옮기고 그 자리엔 교육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자 중·동구 주민들은 원도심 교육 여건 악화와 인구 유출을 우려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주민들의 심각한 반대에 부딪힌 시교육청은 '원점 재검토'로 입장을 선회했다.

아울러 시교육청은 인천의 3·1운동 발상지인 동구 창영초등학교 이전을 추진해왔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6월부터 창영초를 인근 금송 재개발구역으로 옮기고 해당 부지에 여중을 신설하는 안을 세웠다. 인근 재개발로 인한 창영초 과밀 우려와 주민들의 여중 신설 요구를 함께 해소하려면, 이 방안이 합리적이라는 이유였다. 이 과정에서 시교육청은 주민설명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했지만, 교육부 심사를 앞두고 지역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3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창영학교 이전사태를 우려하는 시민모임'은 “유형문화재인 창영초 이전 안을 관계자 일부만 참석한 소통간담회를 통해 추진한 일은 중대한 문제”라며 충분한 공론화를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역시 지난 1월 학교 신설·이전을 심의하는 중앙투자심사에서 창영초 이전안을 부결했다. 대신 재개발구역 내 학교 설립 유형과 창영초 이전 후 부지 활용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시교육청이 결국 이에 대해 '백기'를 든 모양새다. 도성훈 교육감은 지난 8일 간담회를 열고 “창영초 존치와 환경 개선을 전제로 동구 전체의 교육여건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인근 재개발로 새로운 학교가 필요한 만큼 금송 재개발구역에 학교를 신설하면 창영초와 학생 수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우선 이런 시교육청의 판단을 환영한다. 역사성과 장소성을 기반으로 근대교육을 펼친 창영초교를 이름만 유지한 채 아파트 숲으로 옮기려는 행태는 행정편의적 발상에 기인한다. 학교를 옮기는 순간 역사적 가치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원도심 학교들을 무작정 이전하는 일보다는 다른 방식의 교육 정책을 고민하라고 제언한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