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배 감독.

 

김정배 인천시청 테니스팀 감독이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는다.

대한테니스협회는 최근 테니스 여자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인천시청 김정배 감독을 선임했다.

인천 출신인 김정배 감독은 1978년 대건중학교 재학 중 선수생활을 시작해 대건고, 한림대를 거쳐 1992년 대건고등학교에서 처음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이후 1997년 창단과 함께 인천시청 테니스 팀을 맡아 여러 명의 소속 팀 선수를 훌륭하게 키워내며 국내외 무대에서 여러 차례 정상에 오르는 등 지도력을 발휘했다.

대표적으로 2020년 1월 당시 그가 지도하던 한나래(현 부천시청)가 우리나라 여자 테니스 선수로는 13년 만에 메이저 테니스 대회 본선(호주오픈)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후 장수정이 한나래의 뒤를 이어 2022년 호주오픈 본선 무대에 섰지만, 이 전까지 4대 메이저대회 본선 진출 여자선수를 육성한 팀은 인천시청이 유일했다.

한나래는 같은 해 11월 실업테니스연맹전과 국내 최고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테니스선수권대회를 잇따라 제패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최지희와 짝을 이뤄 WTA투어 KEB 하나은행 코리아오픈 여자 복식 우승을 차지했다.

또 이소라(은퇴)는 2021년 3월부터 4월까지 4주 사이에 무려 세 차례에 걸쳐 ITF 국제 서킷 대회 복식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울러 이소라는 같은 해 7월 상주오픈테니스대회 여자단식과 복식을 모두 휩쓸며 대회 2관왕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소라가 전국대회 정상에 오른 것은 2018년 12월 한국실업테니스 마스터스대회 여자단식 우승 이후 약 3년 만이었다.

이소라는 인천시청 소속이던 2018년 4월 한국실업테니스연맹전 영월대회 여자단식 우승, 같은 해 12월 2018 한국실업테니스 마스터스대회 여자단식 우승 등 좋은 활약을 펼치다 2019년 타 팀으로 이적했다.

하지만 이후 2년 동안 슬럼프를 겪다 2021년 초 다시 인천시청으로 복귀하면서 완벽히 부활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아름답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소라는 지난해 10월 은퇴식에서 “인천시청에 있다 다른 팀에 갔다 다시 인천시청으로 돌아온 후 상주오픈에서 단,복식을 모두 우승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김정배 감독님이 믿어주셔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앞서 한나래와 이소라는 2015년 제28회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테니스 여자 복식 금메달을 합작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인천시청 소속이던 김다빈이 W60 켄터키뱅크 챔피언십 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비아시아권역에서 열린 6만불 서키트대회 우승선수를 배출한 팀 역시 인천시청이 유일하다.

국제무대에서의 성과도 성과지만 김정배 감독은 어려운 조건에서 2018~2019 전국체육대회 단체전 2연패를 달성한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특히, 2018년 당시 우승은 선수가 부족해 4명까지 출전 가능한 단체전에 불과 2명이 나와 이룬 성과라 더욱 가치가 있다.

인천시청 테니스팀은 4명이 정원이지만 2016년 한 명의 선수가 강원도로 이적한 뒤 3명으로 줄었고, 이적한 선수 대신 누군가를 스카우트 해야했지만 예산이 빠듯해 충원을 못했다.

그래서 4명까지 출전 가능한 단체전이지만 인천은 한나래와 이소라, 단 2명만 내보내야 했다. 나머지 한 명(김다빈)은 개인전에 출전했다.

단체전에 나선 2명은 각자 단식을 소화하고 난 뒤 승부가 나지 않으면 체력을 회복할 시간도 없이 바로 복식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둘 중 한 명이라도 대회 기간 내 다쳤을 경우 여유선수가 없는 인천시청은 그대로 기권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김정배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개인단식 출전을 포기하고 김다빈을 단체전에 내보내는 방안까지 고민했다.

그럼에도 인천시청은 단식 2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우승을 일궈냈다.

당시 김정배 감독은 “선수가 부족해 정말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개인전을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선수들이 자신감을 보여 과감하게 두 종목 다 내보냈다. 선수들이 너무 고생했다. 그럼에도 우승을 일궈냈다. 힘든 과정을 거쳐 이뤄낸 성과라 지도자로서 만감이 교차한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또 가장 최근에는 김정배 감독의 지휘 아래 김다예(인천시청)가 생애 첫 전국대회(제21회 오동도배 여수오픈테니스대회) 여자 단식에서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 국가대표 감독 선임을 축하하는 김정배 감독과 인천시청 테니스 선수들.

 

사실 선수들 사이에서는 ‘김정배 감독에게 배우면 커리어하이를 찍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올만큼, 그의 지도력은 테니스계에서 정평이 나있다.

2014, 2018 아시안게임에 소속팀 선수만을 국가대표로 내보내야 했던 김정배 감독은 이제야 비로소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직접 선수들을 이끌고 메달 사냥에 나선다.

김정배 감독은 “13년 만에 4대 메이저대회 본선 진출 여자 선수를 배출했고, 비아시아권역 6만불 서키트대회 우승 선수가 나온 유일한 팀 지도자로서 자부심을 느껴왔다. 이제는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함께 땀흘려 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국민들이 즐겁게 응원할 수 있는 국가대표 테니스팀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 사진제공=김도원 ITF 포토그래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