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순민 탐사보도부 차장<br>
▲ 이순민 사회부 차장

“우리는 빵을 위해 싸운다. 또 장미를 위해서도 싸운다.”

'빵과 장미'라는 구호는 한 세기 전 미국 여성 노동자 시위에서 등장했다. 빵이 생계를 의미한다면 장미는 인권과 존엄을 상징한다.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에는 빵과 장미를 나눠주는 행사가 열린다.

새 학기를 맞은 지난 2일 인천 어느 학교를 찾아갔다. 개학 첫날부터 급식조리실은 분주했다. 일손이 부족해서였다. 조리실무사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하소연부터 들었다.

급식실 환경에 대한 한탄도 이어졌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해 초중고 494개 학교 급식실 작업 환경을 전수조사했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학교 급식조리실 환기 설비 설치 가이드'를 충족한 학교는 4곳밖에 없었다. 시교육청은 환기시설 개선 공사를 했는데, 지난해 말 성능 평가에서 15개 학교 모두 기준치에 못 미쳤다. 급식실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유해물질로 인한 폐암은 2021년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조리실무사, 그러니까 학교 비정규직인 급식 노동자들은 반년째 교육 당국과 임금 교섭도 벌이고 있다. 노동조합이 내놓은 기본급 인상안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한겨울 농성에 돌입한 천막에서 만났던 조리실무사는 일한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최저임금보다 적은 기본급을 받는다고 했다. 복리후생수당 차별을 없애 달라는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오는 31일 '신학기 총파업'을 예고했다.

어쩌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급식 대란'이라는 말부터 나온다. 아이들이 매일 먹는 밥을 짓고, 음식을 만드는 노동자들의 처지는 관심 밖이다. 밥과 장미를 향한 외침은 급식실 안에서만 맴돈다.

어제는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교육청 앞에서 급식 노동자들이 농성 중인 천막은 한 달 넘게 그대로 있다.

/이순민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