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일단락된 듯했던 ‘죽어도 좋아’(박진표 감독) 파문이 급기야 국회를 강타했다. 25일 문예진흥원에서 열린 문화관광위원회의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 국정감사장에서는 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죽어도 좋아’가 특별 상영되었으며, 등급위에 대해 질의를 벌인 의원들 대부분은 그 영화를 주요 의제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에 맞춰 문예진흥원 앞에서는 한국독립영화협회와 영화인회의 등이 주축이 되어 ‘기습 기자 회견’이 열렸는데, 그 자리에서는 문화예술인 212명이 서명한 ‘영상물등급위원회 개혁을 위한 문화예술인 선언’이 발표되었다. 나도 동참한-뿐만이 아니라 원래 예정된 인사가 불참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영화배우 방은진씨 등과 함께 선언서를 낭독하기까지 했다-그 선언에서 문화예술인들은 “위원 선임 과정과 절차를 개혁하는 한편,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등 다섯 항목의 요구를 내세웠다.
 그 중 단연 내 눈길을 끈 건 영등위 김수용 위원장의 전격 사퇴를 요구한 다섯번째 항목이었다. “‘죽어도 좋아’ 원심 및 재심 과정에서 발생한 파문에 적절히 대처하지 않고, 오히려 뒷짐만 지고 있었던 영등위원장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것. 이번 선언에 흔쾌히 동참했지만, 사실 난 그것이 최선책인지, 과연 올바르며 현명한 요구인지 여부조차 현재로선 장담할 순 없다. 왜냐면 영등위 위원장 선정을 둘러싼 ‘잡음’-원래 15인 등급위원들 간의 호선에 의해 뽑히게 되어 있으나 이미 비영화계인 방송계 출신 모 인사가 내정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했었다. 두 차례에 걸친 투표를 거쳐 그 인사가 아닌 김수용 위원장이 다시 위원장에 연임된 것도 실은 그 소문 탓이었다는 게 중론이다-을 들어 알고 있는 터라, 김 위원장 대신 그 누가 적임자인지 알 자신이 없어서다.
 그럼에도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데는 김 위원장의 책임이 크지 않다고 할 수 없다. ‘죽어도 좋아’ 파문을 둘러싸고 그가 보여준 일련의 행보는 영등위 위원장으로서도 그렇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원로 감독 중 한분의 그것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그런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지면에서 일일이 다 지적할 순 없지만 그건 결코 어른답지 못한 ‘파울 플레이’였다. 당신 자신이 서슬 퍼런 검열의 희생자였으면서도 자리를 걸고 검열을 막기는커녕 검열을 지지·유지시키려 하다니!
 더욱 실망스러운 건 그가 이번 국감 답변에서도 ‘죽어도 좋아’가 “영화적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나 매우 선정적인 작품임에는 틀림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난 당장 그분에게 묻고 싶다. 그간 영화를 폄하하는 발언을 멈추지 않았으면서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꾼 건지, 또 도대체 ‘선정적’이란 낱말의 뜻풀이를 알고나 그런 견해를 피력한 건지 말이다. <영화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