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9살
9年 전 늦은봄 이른 여름 어느날
영종도 삼목도에서

바닷가 소나무숲 오솔길 지나온 바람결에
너울너울 춤추는 포플러스 그 위로 태양이
살짝 얼굴을 내밀고 포플러스 가로수
비틀비틀 줄도 없이 서 있는 신작로에
村老의 농부 지게등짐에 노오랗게 잘 익은
호박 몇 덩이를 지고 내 앞으로 다가온다

나는
순찰을 중지하고 직무유기 한 채로
그 앞에 멈춰 서서 반가움에 그에게 말한다.
“호박 팔지 않을래요. 한 개에 얼마예요?”
경찰관의 갑작스런 질문에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아니 이 호박을 뭐하려고?”
“네 집사람이 해산을 해서 좋다하여
구하고 있는 중입니다만 백화점이랑 다 찾아봐도
철이 일러서 그런지 구할 수가 없네요! ”
촌로보다 호박을 본 순간 난 너무 좋았다.
한 개 오천 원에 덤으로 하나 더 두개를 들고
끙끙대며 영종파출소 사무실로 향한다.

오솔길 신작로를 등짐지고 가는 촌로의 모습
호박을 들고 순찰을 하는 경찰관의 아름다운 시골 풍경

이제
삼목마을 소나무숲 오솔길과 신작로
그 곳에는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는 아스팔트 고속도로와
하늘을 찌를 듯한 솟구친 아파트 그리고 빌딩만 있을 뿐
9年 전 영종도는 이제 어디에고 없다

住民들이 아옹다옹 정겨웁게 살던 그런 삼목도 마을은
뜨고 지는 비행기에 온데간데없고 길고 긴 활주로만
나를 맞이할 뿐.

아니
9年 전 그 영종도는
9年 전 어느 촌로와 마주한 삼목도
그 오솔길 신작로와 소나무 숲은
내 마음속에만 아름답게 앉아 있을 뿐
이젠 그 어디에도 없다. ?


지금은 영종도에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섰습니다.
아쉽기만 한 그 시절입니다
?<全 炳 浩 ·sksj112@ipodori.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