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소기업 경영자 몇 분을 잇따라 뵌 적이 있었다. 회사주식이 상장되지도, 회사가 크게 알려지지도 않았지만 상당한 이익을 실현하고 있는 알짜배기 회사 사장님들이었다. 대부분이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오히려 외형이 커지고 순이익도 늘어났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인력난에 원자재 가격상승이 겹치는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큰 일이며, 어쩌면 제조업을 포기할 상황이 올 지도 모른다고 소리를 높였다. 제조업 전체를 굴뚝산업으로 몰아붙이는 마녀사냥식 행태에는 상대적인 박탈감마저 느끼지만 가족같은 종업원과 기술자로서의 사명감이 천직을 이어가는 힘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이 말하는 제조업의 인기하락 또는 쇠퇴는 사실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최근 몇년간 이른바 ‘네온사인산업’으로 대표되는 서비스업의 비약이 눈부시다. 상대적으로 ‘3D 업종’이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제조업 위축은 특정지역을 가리지 않는 국가적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다. 제조업 쇠퇴 현상은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겪은 바 있고,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인식될 정도이니 일종의 ‘성장통(成長痛)’인 셈이다. 인천의 경우, 아직 제조업 공동화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지만, 겉으로 드러났을 때는 이미 늦은 제조업의 속성 때문에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지적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국내에서 차지하는 인천의 지역총생산 비중이 95년 이후 2.4%포인트나 떨어져 2000년에는 4.4%를 기록하였다. 지역산업에서의 제조업 비중도 95년 이후 4.4%포인트나 하락하여 이미 추세로 자리잡은 느낌이 강하고, 2000년 총자본형성 증가율-9.5%(2000년 기준)가 시사하듯 제조업 쇠퇴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인천의 경우 높은 제조업 비중을 반영하듯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 경영일선에 선 기업인들이 가장 먼저 피부로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제조업 쇠퇴가 자연스러운 현상인 만큼 시장기능에 맡기는 것이 상책인가? 그렇지 않다. 후진국은 외형적 경제성장이 지상목표이며, 경제성장률 달성 여부가 정치구조와 직결된다. 지난 40여년간 우리 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제정책은 경제성장률보다는 고용안정에 그 초점이 모아진다. 미국의 경우, 실업률 등 고용현황, 나아가 구체적인 급여지급건수(payroll) 변동을 중요한 경기지표로 삼는다. 경제정책기조를 단순한 외형적 성장이 아닌 분배를 감안한 고용문제의 해결에 두는 것이 선진국에서는 일반적이다. 선진국들이 무역분쟁을 불사하면서까지 제조업에 집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용효과에 관한 한 제조업에 비할 업종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나라의 연간 자동차수출의 부가가치가 영화 ‘쥬라기 공원’ 한 편보다 못하다는 주장은 고용효과를 도외시한 한심한 발상이다.
 소득이 증가하면서 쾌적한 환경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그러나 모든 제조업체가 과거의 굴뚝산업과 같이 공해유발형이 아니다.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굴뚝공장도 얼마든지 환경친화적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국내 제조업체의 해외이전은 원가절감이 원인이지만 공해업종에 대한 눈총 및 그로 인한 인력난 때문이기도 하다. 공장은 무조건 해외로 밀어 낼 수록 좋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제조업을 경시하면 삶의 터전을 제공하는 근거를 잃게 된다. 깨끗한 공장을 지역내에 오래 유치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궁극적인 산업구조개선이다.
 선진국들조차 고용효과가 큰 제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현대자동차가 미국에 10억달러 규모의 공장 신축계약을 체결하였을 때, 돈 시겔만(Don Siegelman) 알라바마 주지사의 공식연설 첫 마디는 ‘새로 생기는 2천개의 일자리’였다. 장기적인 고용안정을 도모하려는 선진국의 단적인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