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장관 장관이 연일 노동조합의 불법행위 엄단 메시지를 강하게 내고 있다. 경찰은 이에 화답하듯 건설노조 사무실과 조합원 자택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고강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일부 언론은 건설현장의 불법·부당행위 사례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정부가 여론몰이를 하고, 사정 당국이 칼을 휘두르는 일은 권위주의 정권에서 자주 보던 행태다.

불법행위를 저지르면 누구나 당연히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노조와 노조원이 예외일 리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다만 불법행위라고 적시된 일들이 노사관계의 비정상성에서 비롯된 노동현장의 잘못된 관행 탓일 경우 개별 불법행위만 법으로 다스린다고 해서 불법이 근절될 턱이 없다. 돈 없고 권력 없는 쪽만 처벌함으로써 약자의 원성이 쌓이게 되고, 더 큰 부조리와 악을 감추는 부작용만 커진다. 불법 엄단과 아울러 구조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통합을 심각하게 해쳐 훗날 막대한 정치·사회적 비용을 사회 전체에 짐 지울 것이다.

정부가 지목한 강성 건설노조의 문제점은 건설현장의 금품 요구, 채용 강요, 공사 방해 등이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하는 사례나 일부 언론의 보도에서 이러한 비리와 불법이 등장하게 된 맥락이나 노동계의 해명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드러난 현상만 뚝 떼어 제시함으로써 불법성만 부각할 뿐이다. 원청과 하청의 복잡한 관계, 사용자 측의 부당한 지시, 임금체불 등 고질적인 악습 등이 반드시 직시돼야 한다. 한쪽 사정에 눈 감고서는 바른 해법을 절대 찾을 수 없다.

노조의 회계를 공개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처벌하고 정부 지원을 끊겠다는 정부의 방침도 상식에 어긋난다. 정부 지원금 사용에 대한 근거 제출과 소명을 하지 않은 노조에 대한 지원 중단은 당연하다. 반면 정부 지원을 기화로 조합비 사용 내역 전체를 정부에 보고해야 할 의무는 없다. 노조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노동관계법의 취지가 그러하며, 국제노동기구의 규약이 그러하다. 법치를 내세우는 정부가 법을 위반하는 이율배반을 저질러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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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 “정당한 활동 불법 매도”…정부와 강대강 충돌 정부와 건설노동조합이 강대강 충돌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노조의 불법 활동을 없애겠다고 연일 강조하는 반면 노조는 정당한 활동까지 불법으로 매도한다고 주장하고 있다.21일 인천일보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정부는 건설 현장에서 벌어지는 강성노조의 금품요구, 채용 강요, 공사방해와 같은 불법행위를 뿌리뽑기 위한다는 목적으로 수사를 하는 등 본격 움직이고 있다.앞서 경기남부청은 지난 20일 건설노조 경기중서부지부 군포 사무실 등 4곳과 노조원 10여 명의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한 바 있다. 압수수색 대상이 된 이들은 2021년 7월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