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리 비싸”…살까 말까, 김 여사는 괴롭다

경제고통지수 9,9…강원 이어 최대치
남동구 실업률 최고…4곳도 최상위권

1월 물가 상승률 5.3%…광역시 중 최고
고물가에 일자리마저 구하기 어려워
난방비 폭탄, 전기세·상수도료 껑충
“안 오르는게 없어”…서민 삶 더 팍팍
▲ 치솟는 고물가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 치솟는 고물가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인천은 2000년에 이어 2001년에도 경제고통이 가장 큰 지역으로 나타났다. 수출입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인천항이 침체에 빠진 데다 2000년 인천지역 최대 업체인 '대우자동차'의 부도 충격 이후 남동공단의 중소부품업체 및 '대우자동차 판매'가 연쇄도산하고, 2001년에는 '인천정유'도 법정관리를 신청해 인천지역 4대 기업 중 3개 업체가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상태에 있다. 이에 따라 2001년 인천의 산업생산증가율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18.2%를 기록했고 실업률과 부도율도 16개 지역 중 5∼6위로 높은 수준이었다. 2001년 수도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공공서비스 요금, 농축수산물, 집세 등의 급등으로 인해 물가상승률도 4.4%를 기록해 2년 연속 수위를 차지한 것도 주된 요인이었다.” 제17회 한일 월드컵이 열렸던 지난 2002년, LG경영연구원에서 쓴 '경제고통지수로 본 2001년 지역경제' 중 한 내용이다.

연구원은 물가상승률·실업률·어음부도율·산업생산증가율 등 4가지 지표를 토대로 경제고통지수를 산출해 전국 도시를 줄 세웠더니 인천의 경제고통지수가 가장 높았다는 주장이다. 물가·실업률·어음부도율이 높을수록, 산업생산증가율은 낮을수록 경제고통지수는 높게 나타난다. 20여년 전 대형 기업들의 연쇄 부도로 고통이었다면 이젠, 연일 고공행진 중인 실업률과 동시에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는 밥상물가에 인천시민들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 치솟는 고물가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 치솟는 고물가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20년 뒤에도 달라지지 않는 상대적 '경제고통'

경제고통지수는 미국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고안한 지표다. 실업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더해 구한다. 이 때문에 경제고통지수는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을 수치로 나타낸 지표로 평가된다.

치솟는 물가와 고용 불안이 겹치면서 지난 1월 전국 경제고통지수가 같은 달 기준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인천 경제고통지수는 '9.9'로 강원(13.2)에 이어 최대치로 조사됐다.

LG경영연구원 보고서가 나왔던 2000년대 초반이나 20년이 넘게 흐른 지금이나 인천 경제고통은 여전히 다른 도시들보다 혹독하다는 뜻이다.

22일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통계청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 전국 평균 경제고통지수는 8.8이다. 인천 경제고통지수는 평균보다 무려 1.1p 높다.

인천 다음으로 경남·전남(9.7), 충북·대구(9.6), 울산(9.4), 충남(9.0), 경북(8.9), 전북(8.7), 부산·서울(8.5), 대전(8.4), 제주(8.1), 경기·광주(7.9) 순이다.

통상 1월은 다른 때보다 실업률이 높아져 경제고통지수가 상승하는 시기로 꼽힌다.

고등·대학교 졸업생들이 취업시장에 뛰어들고, 겨울철에는 건설 현장 일감도 줄어 국민이 체감하는 고용 경기가 특히 나쁘다.

김 의원은 “정부는 서민·중산층과 민생을 위한 고물가 폭탄 해결책 마련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작년 하반기 228개 시군구 중 실업률 상위 도시 현황./자료출처·제작=통계청 지역별고용조사·그래픽=이연선 기자 yonsony@incheonilbo.com
▲ 작년 하반기 228개 시군구 중 실업률 상위 도시 현황./자료출처·제작=통계청 지역별고용조사·그래픽=이연선 기자 yonsony@incheonilbo.com

▲228개 시군구 실업률 TOP 10 중 인천 지자체만 5곳

통계청 지역별고용조사 자료에 따르면 인천 남동구 실업률은 지난해 상반기 5.1%에서 같은 해 하반기 4.9%로 0.2%p 소폭 하락했다. 그래도 남동구 실업률은 부산 서구·동구와 함께 전국 228개 시군구 중 가장 높은 도시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남동국가산업단지를 포함해 지역 내 주요 제조업 일자리를 공급하는 남동구 위상을 생각할 때 의아할 수밖에 없는 실업률이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이 있는 인천 중구의 지난해 하반기 실업률은 남동구보다 0.1%p 낮은 4.8%다. 부평국가산업단지와 한국지엠이 위치한 부평구, 청라국제도시 인프라에 더해 각종 산업단지가 포진한 인천 서구, 인천 대표 원도심인 미추홀구까지 각각 세 개 지자체 하반기 실업률 역시 4.8%다.

지난해 하반기 전국 시군구 실업률 상위 10개 도시에서 인천 지자체만 5곳일 정도로 극심한 지역 내 실업률은 경제고통지수를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인천에서 베드타운으로 평가되는 계양구와 동구 실업률도 4.6%로 전국 실업률 최상위권에 속하기는 마찬가지다. 연수구가 4.3%로 그나마 낮다.

 

▲ 주택 입구에 각종 고지서가 쌓여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 주택 입구에 각종 고지서가 쌓여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일자리 구하기 어려운데 물가까지 급등. '이중고'

일자리 얻기 힘들면 경제적 어려움은 크기 마련인데 최근 인천지역 물가까지 치솟고 있어 고통은 배가 되는 모습이다.

통계청 소비자물가 등락률 자료에서 지난 1월 인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3%로 6개 광역시 가운데 대구, 광주와 함께 제일 높다. 이는 1월 한 달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최근 3~4달 동안 비슷한 국면이다.

1월을 포함한 겨울철은 난방비 등 필수 생계비 지출이 늘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고물가에 따른 고통이 한층 더 피부에 와닿는 계절일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전국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1년 전보다 28.3% 급등해 별도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도시가스 물가는 36.2%, 지역 난방비는 34.0%, 전기료는 29.5%, 상수도료는 4.0% 올랐다.

처분가능소득의 대부분을 필수 생계비로 쓰는 저소득층으로선 난방 등 삶의 질에 직결되는 소비를 줄이거나 적자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청한 인천지역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인천 노동 시장 특성 중 하나는 실업률이 늘 전국에서 가장 높다 점이다. 인구 구성상 타 도시에 비해 구직 단념이 아닌,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는 노동 인구가 많아 실업률이 높게 나타난다. 한 마디로 지역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선 경제활동참가율이 늘어나는 것보다 일자리를 더 만들어야 하는 구조”라며 “이런 일자리 고통기에 정부와 시가 물가까지 잡지 못하면 서민층부터 말 그대로 '경제고통'을 떠안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