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특례시의회가 지난 9일 가결한 '용인시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조례'를 두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용인특례시장이 재의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의힘 시장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간에 치열한 설전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시장은 '갈등 해결 조례안'에 법적 근거 없이 시장의 권한을 제약하는 조항이 담겨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조례 제정을 주도한 시의원들은 적법한 절차를 거쳤으므로 적법한 조례라고 맞서고 있다. 지역 내 갈등에 대처하는 절차를 확립하는 일이 이렇게 진통을 겪을 일인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쟁점은 갈등조정협의회 의무 구성에 관한 것이다. 당사자 간 협의로 풀지 못하는 갈등이 발생했을 때 투표권자의 14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시장이 갈등조정협의회를 두어 해결에 나서도록 하자는 게 골자다. 형식만 보면 나무랄 게 없다. 오히려 갈등 해결에 시와 시의회가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강제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해 보인다. 그동안 지역 내에서 크고 작은 마찰과 분쟁이 빚어져도 지자체는 소극적으로 대처하기 일쑤여서 주민들의 원망을 사 왔다.
그런데 조례 갈등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특정 사안과 깊이 결부되어 있다는 점에서 얼굴을 찌푸리게 된다. 자치의 정신과 본령에 충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도권과 상대 흔들기 싸움이 아니냐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죽전데이터센터 인허가를 놓고 전·현직 시장과 시의원들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왔고, 조례 추진 역시 그 맥락에서 시작되었다. 현 시장은 죽전데이터센터 문제는 일단락이 되었다는 입장이고, 민주당 시의원들은 문제의 소지가 여전하다고 보는 듯하다.
'갈등 해결 조례' 갈등은 힘 대결로만 치닫는 자치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다. 시장이 재의를 요청하면 시의회 의석 분포상 조례는 폐기될 게 분명하다. 죽전데이터센터와는 별개로 '갈등 해결 조례'가 필요하다는 당위론은 현실적으로 설 자리가 없는 듯하다. 명색이 특례시인데 대화와 협상의 정치력은 빈곤하고, 자기 진영의 유불리만 앞세우니 그 폐해는 안타깝게도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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