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 평가, 재고되어야 한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인천지부 부지부장 노 현경

요즘 한창 학교도 학원가도 온통 발등에 불이 떨어져 난리가 났다.
소위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로 학교도, 학생도, 학부모도 정신이 없다.
학업성취도 평가의 본래 목적과 취지는 국가가 학교, 교사의 책무성 및 지원체제를 마련하고 모든 학생이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최소능력을 갖추도록 할 뿐만 아니라 미달학생에 대한 교정 프로그램을 개발 적용하는 등 공교육 내실화를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하여 교육정책에 반영하려는 데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교육과정평가원이 내세우는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의 목적과 배경이 너무나도 타당하고 그럴듯해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우리교육의 현장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은 그 계획된 취지와는 너무나 멀고 왜곡된 형태로 돌아가고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전체 중학생을 대상으로 인천시교육청이 주관하는 소위 ‘시 학력고사’와 초등 3학년을 대상으로 한 기초학력 진단 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학업성취도평가가 재고되어야 하는 몇 가지 이유와 방향을 제언코자 한다.
첫째, 일괄적으로 실시되고 획일적 잣대로 여겨지는 동일한 문제의 학업성취도 평가는 지금 실시 중인 7차 교육과정의 교육 목표, 수업내용과 상충되고, 역행한다고 보여진다.
7차 교육과정이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 다양하고 창의적이며 자신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선택권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교사의 수업재량권 확보, 학교운영의 자율권을 학교장에게 대폭 이양함으로써 자율적인 학교경영의 길을 넓혀 놓았다. 그러나 교육내용은 자율적으로 하게 하고, 평가는 획일화된 방식으로 함으로써 스스로 모순을 낳고 있다.
둘째, 학교현장에 교육과정의 파행을 가져온다. 이미 2학기 시작과 함께 대부분의 중학교에서 교과진도를 앞당겨서 끝내고 학업성취도 시험을 대비한 예상문제, 기출문제 풀이에 집중하고 있고, 문제 많던 0교시 수업 부활, 방송수업실시, 학업성취도평가를 대비한 또다른 시험이 실시되고 있다. 문제 잘 푸는 요령과 점수따기에 학생들은 길들여지고 당연히 전인교육은 낡은 구호로 남게 된다.
셋째, 학부모에게 사교육비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많은 학교에서 이번 평가를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대신하는 등 내신 성적에 반영한다. 따라서 입시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성적에 학부모나 학생은 더욱 매달리게 되고, 발 빠른 사설 학원가는 온갖 정보와 구미에 맞는 맞춤식 시험 대비반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의 수요와 욕구를 채워준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하는 우리네 학부모들은 얼마의 돈이 들더라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따라서 사교육비는 당연히 증가한다.
넷째, 평가 결과의 공개는 학교간, 교사간, 학생간의 서열화와 위화감을 가져올 수 있고 지역간 경제적, 문화적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냄으로써 또 다른 사회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평가 본래의 목적이 교육정책의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면 학교별, 학생별로 공개되는 것은 고려되어야 한다. 그렇잖아도 온 국민의 관심이 자녀의 대입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명문대를 향한 치열한 경쟁 시대에서 평가결과 공개는 한 줄 세우기, 서열화, 어린 학생들의 자존감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요즘 일어나는 교육현장의 모습과 안쓰러운 우리의 아이들을 볼 때, ‘교육을 위해 평가가 필요한지, 평가를 위해 교육을 하고 있는지’ 우리교육에 대한 회의와 의구심이 든다. 분명히 평가는 교육의 한 부분이어야 하고 평가를 위해 모든 교육의 초점이 맞춰지고 왜곡된 형태로 우리의 아이들을 시험의 노예로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을 헷갈리게 하고 피곤하게 하는 일관성 없고 앞뒤 안 맞는 교육목표와 현실을 무시한 행정 편의주의적 교육정책을 줄여주기를 교육당국에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