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대안, 생태학적 상상력
  박병상(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월든 호숫가에서 두 해 겨울을 보낸 소로우는 의식주부터 인간은 인간 이외의 동물과 다르다는 것을 간파했다. 에너지 유지를 위한 의식주에서 식주만을 요구하는 동물과 달리 인간은 의까지 더 요구한다는 것이다. 털을 잃어버리고 어쩔 수 없겠으나 불필요한 짐을 너무도 많이 짊어지고 사는 인간을 소로우는 150년 전 안타까워했다.
인류학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는 혹독한 환경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오랜 전통으로 행복한 티베트의 라다크에게 ‘오래된 미래’를 배운다. 자동차 냉장고 텔레비전 없고 낭비도 오염도 없지만 죽는 날까지 자급자족하며 건강한 그들의 지속가능한 삶에서 미래를 찾아야 한다는 충고다.
에스키모라 잘못 불리는 이누잇은 얼음집에서 따뜻한 겨울을 보냈지만 개화(?)되자 냉장고 없이 살 수 없게 되었다. 자원과 농토가 부족해도 개 먹이는 빠뜨리지 않았지만 슈퍼마켓에 먹을거리가 지천이자 개에게 줄 양식이 사라졌다. 스노모터 보일러 기름값이 걱정인 주민은 오랜 살붙이를 몽땅 버리지 않을 수 없었다.
30여년 전, “일주일에 한번은 꼭 목욕하라”는 선생님의 약속을 못 지켰는데 지금은 어떤가. ‘일주일에 한번의 목욕’은 욕이 되고 말았다. 10㎏ 대용량을 자랑하는 초대형 세탁기에 하루 입은 옷이 켜켜이 들어가고, 우유 묻은 담요도 한번에 오케이다. 헤어샴푸, 바디샴프에 린스, 세탁기에 식기세척기, 결벽증에 걸린 우리는 물 소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이 부족하니 다목적댐이 시급하다는 물 공급자 수자원공사는 세계 최대 물 소비를 계획하고, 댐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안중에도 없다. 생태계 없이 수자원 없다는 단순한 진리도 무시한다. 물 부족은 먼 훗날이고, 그 때면 과학기술이 해결해 주지 않겠느냐는 발상인 것이다. 핵에너지를 이용한 담수화 계획을 자랑스레 꺼내기도 한다.
화력으로 인한 대기오염, 산성비, 지구온난화, 수력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과연 핵이 대안일까. 반감기 2만4천년인 최악의 독극물인 플루토늄 핵폐기물을 자자손손 떠넘기는 세대이기적 대안일 수 있어도 후손의 생명도 생각한 지속가능한 대안일 수 없다. 자만에 가득한 현행 과학기술로도 도저히 해법을 찾을 수 없는 사고뭉치의 핵폐기물을 후손의 과학기술이 안전하게 책임져야 하고, 떠맡을 수는 있을까. 이미 배출된 핵폐기물만이라도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에너지나 자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후손을 무시하기는 생명공학도 마찬가지다.
환경운동가 유영초 선생은 “더럽게 살자”고 외친다. 지저분하자는 결의는 아니다. 지나친 소비, 결벽증에서 벗어나자는 호소다. 수십평 고급아파트에 문 걸어잠그는 결벽증이 아니라 초가삼간에 누비이불만으로 친구와 막걸리 한 사발 기울이는 삶, 이런데서 행복을 찾자는 뜻인 것이다. 지나친 의식주에 개편이 절실하다. 후손의 생명을 위해, 지금의 고질적 문제를 후손에게 누적시켜 떠넘기는 이기적 대안은 곤란하다. 생태계 안에서 가장 건강한 생명, 인간도 생명체다. 내일의 환경과 에너지, 생태학적 상상력으로 풀어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