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농인…미술로 의사소통
'할 수 있다' 생각 그림 그리며 극복

“내 얘기, 많은 사람에 희망되길”
▲ 김태란 작가.

“세상의 소리를 듣지는 못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인지하는 세상과는 다른 저만의 세계를 마음껏 상상하고 그릴 수 있어요.”

긍정의 힘으로 가득한 김태란(26) 작가의 세상은 줄곧 고요했다. 청각 장애를 갖고 태어난 그에게 그림은 의사소통 수단이었다.

“일상생활에서 글로 적어 소통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소요돼 힘들었어요. 어릴 적 엄마가 소통의 수단으로 미술을 가르쳐 주시며 그림으로 이야기했는데 지금까지 그리게 됐어요.”

청력을 잃고도 불굴의 의지로 베토벤이 지휘봉을 들었듯 그 역시 끝까지 붓과 펜을 놓지 않았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인천가톨릭대학교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있다.

“청각 장애로 미술을 배우는 데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청각 장애로 가르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 학교에서는 차별받을 때마다 한없이 슬프고 주저앉고 싶을 때가 수없이 많았어요.”

좌절과 시름의 나날들 속에서 지금껏 버틸 수 있었던 힘은 '긍정'과 '희망'이었다. 묵묵히 옆을 지켜주는 가족들은 그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은 때가 있었지만, 포기하면 지금까지 노력한 것들이 모두 물거품이 되잖아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요. 그래서 나는 할 수 있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고 그림을 그리며 마음의 안정을 되찾곤 했어요.”

그가 늘 마음 한편에 품고 살아왔던 '희망'은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동양의 대표적인 신화의 동물 '용'을 소재로 완벽한 사회, 유토피아를 표현한다. 불안감이 가득한 현대사회의 불행을 연초 복을 기원하는 십이지 신앙에서 유래한 십이지신으로 녹여내고 있다.

“저도 그렇지만 사람들은 모두 희망을 갖고 살아가고 싶어 해요. 용을 그리면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소원을 빌었어요.”

끝으로 긍정의 힘과 희망을 통해 힘든 지난날을 극복하고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가 새해를 맞아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또 다른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한다.

“힘들 때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더욱 힘들어지는 거 같아요. 어렵겠지만 그럴수록 긍정적인 생각으로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나는 잘 될 거야,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해 주세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변성원 기자 bsw90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