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헌 인천대 후기산업사회연구소 책임연구원.
▲ 이상헌 인천대 후기산업사회연구소 책임연구원.

수익성만 추구하는 시중 은행에 대한 비판적 시선은 어제오늘만이 아니다. 혹자는 은행이 서민을 배제하며 약탈적 금융 이익만을 좇는다는 비판을 한다. 1997년 IMF 구제금융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가속화된 글로벌 신자유주의 금융시스템의 귀결이라는 탄식도 회자하여 온 바이다.

신자유주의 금융시스템으로 수도권 외 지역은 더욱 피폐화되고 있다. 또한 지역 간, 지역 내 경제주체 간 양극화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역에서 축적된 금융자원(예입자금)이 지역에서 순환되지 않고 수익성을 찾아 타지역으로 빠져나가 유영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금융시스템은 금융 접근성을 양극화하며 서민을 위한 지역금융 위기를 가속하는 근원이다.

이에 따라 지역의 금융약자들은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다. 특히 은행의 대출금리가 5%대까지 치솟고 있는 시기에 금융약자들의 한숨은 더욱 커져만 갈 것이다. 이런데도 금융위원회는 대형 금융자본의 수익성과 영리성에만 방향을 맞춰 전국의 금융 산업을 관리 감독하고 있다.

진보적 금융학자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지역금융과 지역의 경제성장은 깊은 관련이 있다. 지역금융의 피폐화는 곧 지역경제의 둔화로 이어진다는 실증적 결과들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연 250조 원대 규모를 보이는 전체 지자체 금고은행이 모두 대형 은행이다. 주민이 납부하는 지방세와 세외수입 등 모든 공적 자금이 이들 은행에 의해 관리되고 영업 이익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얘기이다. 여기에는 지자체 금고은행이 더 나은 수익성을 찾아 해당 지역이 아닌 수도권 등으로 공적 자금을 역외로 유출한다는 아이러니가 숨어있다.

이 지점에서 지역공공은행 모범 사례인 미국 노스다코타은행(Bank of North Dakota)이나 독일 스파르카센(Sparkassen)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1919년, 노스다코타 농민들이 설립한 노스다코타은행과 지자체가 출자한 스파르카센을 척박한 우리 금융 현실에 교훈으로 비추어 볼 필요가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반지역적 신자유주의 금융시스템에 대한 대안으로 지역공공은행에 대한 담론이 무르익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공공은행은 무엇보다도 지역순환경제와의 상보적 관계를 맺는 순기능이 있다. 지역 경제 동력을 구축하는 메커니즘으로서의 지역순환경제는 지역공공은행과 필연적으로 매칭될 수밖에 없다. 즉 지역공공은행은 지역순환경제를 지역 내에서 성공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필연적 조건이다.

특히 지역공공은행이 지자체 자금의 수탁기관의 역할을 할 때 지자체의 모든 세입을 지역 안으로 재투자하고 선순환시킨다는 차원에서 지역공공은행은 지방자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재정분권과도 그 지향 면에서 맞닿아 있다. 하여 지역공공은행은 지역순환경제와 지방재정분권과도 하나의 축으로 이어져 있다,

지난 제8대 동시 지방선거에서 많은 후보가 지역공공은행 설립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역공공은행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가 당선된 예가 적었지만 지역공공은행에 대한 당위성과 필요성이 피부로 와 닿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지역공공은행에 대한 담론과 논의가 더 풍성하고 실현 가능한 대안들로 접근해 가야 한다. 지역공공은행이 조만간 탄생하기를 희망해 본다.

/이상헌 인천대 후기산업사회연구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