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오전 11시쯤 수원시여성문화공간 휴 앞에 위치한 39호 공유냉장고에 후원 물품을 채워 넣고 있는 시민 후원자와 관리자의 모습.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19일 오전 9시반 수원시 권선구 곡반정동에 위치한 17호 공유냉장고에는 생수와 라면, 햇반을 비롯해 각종 반찬과 마스크 등이 가득 채워졌다. 설 명절을 앞두고 개인과 단체, 모임 등에서 후원의 손길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며칠 전부터 17호 공유냉장고에 쏟아진 후원은 평상시 보다 70~80% 가까이 늘어났다. 지역 내 영세 사업장과 중소기업들의 후원은 물론, 미리 오간 명절선물세트와 음식 등을 이웃에게 나누며 풍성한 명절을 함께 하고 싶은 지역 주민들의 발걸음도 평소보다 길게 이어졌다.

공유된 각종 생필품들은 인근에 거주 중인 홀몸노인을 비롯해 경제상황이 어려운 청년들에게도 나눠졌다. 라면 한 봉지를 가져갔던 청년은 포스트잇에 ‘감사히 먹었습니다’라며 인사를 남기기도 했다.

수원시여성문화공간 휴 앞에 위치한 39호 공유냉장고의 상황도 비슷했다. 얼마 전부터 일부러 더 사둔 삼겹살, 갈비 등 고기를 채워놓고 가는 시민도, 귤과 사과, 바나나 등 각종 과일을 두고 가는 시민도 나타났다.

홍해현(24)씨는 황토 냉·온 찜질팩을 냉장고 안에 살며시 넣었다. 홍씨는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문화공간을 이용하기 위해 방문하며 직접 요리한 음식이나 마스크를 채워둔다.

그는 “명절 앞두고 날씨가 추워져 필요한 분들이 따뜻하게 쓰셨으면 하는 마음에 핫팩을 나누고 싶었다”며 “가끔 나도 공유냉장고를 이용하고, 또 다시 채워 넣는다. 주변에 공유냉장고를 소개하면 ‘나도 이거 넣어둘까?’라며 적극적인 참여의지를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웃과 음식과 필요한 생필품 등을 나누는 ‘공유냉장고’가 명절을 앞두고 온정의 손길로 가득 채워졌다.

수원시 등에 따르면 ‘공유냉장고 프로젝트’는 이웃과의 음식 나눔으로 정을 나누고 어려운 이웃을 지역에서 스스로 돌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사랑 나눔 공유프로젝트다. 현재 수원시에선 수원공유냉장고시민네트워크에서 32개소, 수원자원봉사센터에서 10개소를 운영 중이다.

공유냉장고는 2018년 1호점이 설치된 이후 매년 6~10개소씩 늘며 큰 호응을 얻고 있지만 별도의 예산 지원은 없는 온전히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운영 중인 사업이다. 시민네트워크에서는 각 냉장고마다 대표운영자 1명, 보조운영자 2명씩 3명이 관리한다.

수원공유냉장고시민네트워크는 평소 공유냉장고를 자주 이용하거나 상황이 어렵지만 지원의 손길이 닿지 않는 시민들을 눈여겨보다, 직접 상담을 통해 정기적인 도움이 갈 수 있도록 후원단체를 연결해주며 지원이 필요한 지역민과 지자체, 후원단체 등을 연결해주는 중간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도움을 받은 사람이 다시 냉장고를 채우고 후원에 참여하며 나눔의 선순환이 이뤄지자, 용인, 화성, 시흥시 등 경기지역은 물론 전국에서 공유냉장고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용수 수원공유냉장고시민네트워크 상임회장은 “명절을 앞두고 온정의 손길을 나누려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 뿌듯하고 감사한 마음”이라며 “공유냉장고가 큰 호응을 얻고 있지만 지원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과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는 공유냉장고 시스템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네트워크 강화와 지원을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