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별난 사람들 이야기

송순기 선생 1921년 '기인기사록'
간호윤 교수가 다듬어 책으로
▲ 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 조선인들의 들숨과 날숨 송순기 지음·간호윤 편역 경진(도서출판) 260쪽, 1만8000원

100년을 뛰어넘은 대화.

1921년 식민 지식인 송순기 선생이 펴낸 <기인기사록>이 한 세기를 넘어 휴헌(休軒) 간호윤 교수가 다듬어 <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 조선인들의 들숨과 날숨>으로 재탄생됐다.

간호윤 교수는 11일 “식민지 시대, 일제는 우리의 혼과 정신을 말살하려 했고, 송순기 선생의 <기인기사록>도 세상에 빛을 보기 어려웠다”며 “이번에 이 중 일부를 선정하고 해설을 붙여 <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로 간행했다”고 말했다.

<기인기사록>은 1921년 12월 나왔다. 송순기 선생은 일제의 식민 통치가 본격화되던 1920년대 민족의 혼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 책을 펴냈다. 그는 '매일신보' 기자 출신으로 발행인 겸 편집장을 역임했다. 36세 나이로 요절하며 문학의 맥도 끊겼다.

이 책을 펴낸 도서출판 '경진'은 “1920년대 지식인 송순기의 대사회적 글쓰기를 한마디로 줄인다면 '전방위적 글쓰기'”라며 “전방위적 글쓰기란 기자로서 기사뿐만 아니라 야담, 소설, 한시, 논설, 기행문, 전(傳) 등 그야말로 다양한 장르를 두루 섭렵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간 교수가 엮은 <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는 <기인기사록> 상 51화를 중심으로 1차 번역해 오늘날 우리에게 가치를 줄 작품 27편으로 선별됐다.

1화 '밝은 눈으로 천리를 보는 부인의 지혜, 일세에 성공항 대장부의 영광'을 시작으로 8화 '신령스런 점쟁이 능력 귀신이 하는 바를 알고 사악한 귀신은 감히 바른 사람을 범하지 못하네'로 이어진다. 마지막 27화는 '일대명사 심일송, 천하여걸 일타홍'이다.

간 교수는 1961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나 인하대에서 문학박사를 받았고, 현재 인하대 초빙교수로 활동 중이다.

간 교수가 쓴 책 중에는 2012년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된 <다산처럼 읽고 연암처철 써라>를 비롯해 2022년 <조선소설탐색, 금단을 향한 매혹의 질주> 등이 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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