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지거나 2~3명뿐 학급도
내신 3학년 1학기까지만 반영
현 입시 제도 속 계속되는 문제

“교육당국 차원 개입해야” 지적
시교육청 “프로그램 마련 공감”
▲ 지난 24일 인천 연수구 한 일반계 고등학교 고3 교실 모습. 대학 수시 면접과 논술 등을 준비하기 위해 등교하지 않은 학생들이 많아서 교실이 텅 비어 있다./유희근 기자 allways@incheonilbo.com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고3 교실 대부분이 이렇습니다.”

지난 24일 오후 인천 연수구 한 일반계 고등학교. 이 학교 고3 부장교사 A씨는 복도에서 고3 교실 한 곳을 가리키며 이 같이 말했다.

해당 교실에 있는 고3 학생 대부분은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거나 핸드폰이나 태블릿PC를 만지고 있었다.

다른 교실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아예 실내 불이 꺼진 곳이 있는가 하면 학생이 2~3명밖에 없는 교실도 있었다.

A씨는 “수능 이후 '대학 수시 면접이나 논술, 실기 등을 준비해야 한다'며 등교하지 않은 학생이 절반 가까이 된다”며 “특히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도입된 '가정 학습' 제도를 활용해 등교하지 않은 사례도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인천지역에서 수능시험 이후 고3 교실이 텅 비는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어 근본적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실제 일선 학교들은 수능이 끝난 시점부터 겨울 방학 전까지 한 달 반가량 '붕 뜬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또 다른 사립고 교사 B씨는 “수능이 끝나는 11월 중순 이후 현장 체험 학습 일정을 세우는 등 학교 차원에서 학생들을 지도·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학생들 출석 자체가 저조하다 보니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A씨도 “현행 입시 제도를 손보지 않는 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대부분 대학에서 고교 내신 성적과 출결 사항을 3학년 1학기까지만 반영하기 때문에 사실상 2학기 들어서는 정상적 학사 운영이 안 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역 교육계에선 수능 이후 학사 운영 문제를 학교에만 떠안도록 할 것이 아니라 교육당국 차원의 개입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교원단체 관계자는 “일선 학교 역량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인 만큼 교육당국은 물론 지역사회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함께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시교육청은 최근 '고3 수능 이후 학사지원추진단'을 구성하고 학교 현장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초중고 정규 교육 과정을 마치고 전환기에 있는 수능 이후 고3 학생들을 위해 사회 진출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지원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갖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종합계획을 수립해 학기 초부터 체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유희근 기자 allway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