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독립운동사 흔적 기록
“후손들 역사까지 기억해야”

내년 2월까지 시립박물관서
'편도, 뭉우리돌을 찾아서'전
▲ 멕시코로 이민 간 우리 조상들이 자르고 나르던 작물 '애니깽'이 전시돼있다. /사진제공=인천시립박물관

올해는 한민족 공식 이민 120주년이 되는 해다. 일제의 침략으로 대한제국이 쇠락의 길을 걷던 1902년 12월 22일, 인천 제물포항에서 121명이 가난과 수탈에서 벗어나기 위해 첫 이민 길에 올랐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은 기념비적인 해를 맞아 지난 20일까지 특별전 '그날의 물결, 제물포로 돌아오다'를 열어 우리 민족의 이민사를 다뤘다면, 인천시립박물관은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국외에서 돌아오지 못한 이민자와 독립운동 후손들의 흔적을 찾아 떠난 김동우 작가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전 '편도(片道), 뭉우리돌을 찾아서'가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열렸다.

뭉우리돌은 순우리말로 둥글둥글하게 생긴 큰 돌을 뜻하는데 '백범일지'에서 독립운동 정신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김동우 작가는 지난 2017년 인도를 여행하던 중 우연히 델리 '레드 포트(Red Fort)'가 한국광복군 훈련지란 사실을 알게 되곤 독립운동가들의 삶에 사로잡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인 디아스포라의 흔적과 국외 독립운동 사적지를 사진과 글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그가 1달여간 하와이에 머물며 마주한 교과서 밖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표지판 하나 없는 사적지, 이력 하나 쓰여 있지 않은 비석, 무덤조차 쓰지 못한 수많은 무명의 사람들 이야기는 기억 속에서 서서히 사라져가는 역사적 실체를 조명한다.

작가는 스스로도 이민자와 독립운동 역사에 대해 잘 알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고백한다.

그는 “이민자와 독립운동가만 존재했고 그분들만 기억할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이어지는 후손들의 역사까지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해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장은 “사람들이 눈여겨보지 않은 이민자와 독립운동가들을 불러내 우리나라 이민사의 출발지였던 인천의 시립박물관에서 초혼제를 드리는 거 같은 느낌이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잊혀가는 역사를 되돌아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내년 2월 5일까지 인천시립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변성원 기자 bsw90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