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어릴 때 잘못된 습관이나 나쁜 버릇을 고쳐주지 않으면 평생가는 고질병이 된다고 하여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 경고성있는 얘기를 교훈으로 삼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 10대 청소년들의 소비가 시장의 흥망을 좌지우지한다 하여 ‘10대를 잡아라’하는 마케팅전략이 지상을 메우는가 했더니 이제는 20대의 비뚤어진 소비의식이 위험수준에 와있다는 심히 걱정스런 발표가 있어 이에 대한 대책과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얼마 전 현대백화점이 최근 몇 년간 연령대별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대는 거의 전 부문에 걸쳐 매출이 3배 이상씩 증가했으나 30∼40대는 거의 변화가 없고, 50대의 매출 비중은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또 롯데백화점의 경우에도 최근 들어 전체매출 중 20대가 구매한 금액이 30대를 앞질렀으며, 20대 고객의 비중은 점점 증가하는 반면 30대의 비중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경향은 요즘 소비시장의 주역이 젊은 세대들로 급속히 바뀌고 있는 가운데 백화점 고객 또한 그 동안 30∼40대가 주류였다가 최근 20대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20대의 소비가 눈에 띄게 늘어난 부문은 명품과 화장품, 의류 등 패션성이 강한 제품들인데, 특히 부유층 중년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명품 브랜드 매출에서는 20대가 50대를 큰 차이로 앞질렀다고 하니 과연 L-제너레이션(Luxury-generation, 고가의 수입 정장이나 가방, 구두, 액세서리 등의 명품소비를 통해 정체성을 찾는 젊은이들을 일컫는 말)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날 정도로 명품소비의 새로운 주체가 이제는 ‘20대의 큰 손’들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경기불안 심리가 팽배지면서 30∼40대의 소비는 줄어들고 있는데, 사회 초년생인 직장인과 대학생 등 20대는 불황에도 상관없이 자기 과시와 만족을 인생의 가치로 삼으면서 소득에 비해 씀씀이가 커지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요소는 디지털 중심의 소비문화가 날로 발달하고 브랜드들도 그들의 소비성향에 맞추어 제품을 출시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중후한 분위기를 고수해 온 수입 명품 브랜드들이나 기존 40∼50대를 타깃으로 하던 유명 디자이너 부디크들도 20대를 겨냥한 상품들로 매장을 물갈이하고 있다고 한다. 덕분에 이들 매장의 20대 고객의 매출비율이 예년에 비해 5배 가까이 늘었다고 하니 유통업체들이 중장년층을 제치고 소비 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른 20대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유통업체의 즐거운 비명과 달리 우리는 ‘씀씀이가 헤픈’젊은이들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국민은행은 우리나라 ‘20대의 소비·금융행태’ 보고서에서 20대의 무분별한 카드사용과 충동적 과소비가 위험수준에 와있음을 발표하였다. 조사결과 우리나라 대학생의 카드사용률이 미국이나 일본보다 높을 뿐아니라 결제 부족 경험비율이나 연체를 경험한 비율이 일본보다 3배나 높았고, 카드빚 돌려박기, 단 하루 사이에 월소득보다 많은 액수를 카드로 결제하기, 신용대출과 현금 서비스를 모두 사용하는 다중 채무자 등 전반적으로 미국이나 일본의 20대에 비해 소비의식이 불건전하고 금융이용 행태도 방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책임을 20대들에게만 물어야 할 것인가? 1차적 책임은 방만하게 소비하도록 내버려둔 부모와 어른들에게 있지 않을까?
 이제 부모들은 어려서부터 자녀의 소비습관에 대해서도 가르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는 200년전 프리탄들의 직업윤리 강령을 교훈삼아 바르게 소비하는 방법과 절제하는 미덕과 저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경제교육, 금융교육을 시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