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 딸로 착각한 탈북민 이야기
이산가족 한·고된 적응기 자세히 그려
▲ 인천 시니어극단 '애락'.
▲ 인천 시니어극단 '애락'.

인천 유일의 시니어극단 '애락'이 연극 '할배 동화'를 무대에 올린다.

할배 동화는 실향민 1세대 노인에 대한 이야기다. 치매로 기억이 희미해지는 그가 탈북 여성을 딸로 착각하면서 동화 같은 일이 펼쳐진다. 이제는 예전만큼 많지 않은 실향민 이산가족 노인의 평생 잊을 수 없는 한과, 자유를 얻고자 탈출한 이가 남한에 적응하는 어려운 상황이 세밀하게 그려진다.

노인으로 구성된, 노인을 위한 극단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고령층의 애환과 사회 속 문제의식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작품은 치매 환자의 동화적 상상력으로 꿈같이 행복한 서사를 이어간다. 죽음을 목전에 둔 노인의 애환을 또 다른 노인들이 펼치는 유아적인 놀이는 동화적인 이야기보다는 살아생전에 돌아갈 수도 볼 수도 없는 남북이산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바라보는 또 다른 아픔이다.

이념이나 정치적 견해를 떠나서 동시대가 가진 실향 노인들의 아픔들이 고스란히 우리 앞에 치매라는 슬픔을 동화적으로 표현하면서 나타나는 것은 아직도 한이 되어 죽어도 편하게 죽을 수 없는 염원이 비현실처럼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

6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의 단원들로 구성된 극단 애락은 올해로 5년째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노인들의 가난과 병, 외로움과 사랑 등에 대한 이야기를 극으로 다룬다. 이번 공연 이후에는 연극에 관심이 있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워크숍 공연을 준비하면서 참가할 배우를 모집하고 있다.

공연은 11월16일부터 19일까지 평일 오후 7시, 토요일 오후 3시 학산소극장에서 열린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사진제공=극단 애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