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대학에 갓 입학한 필자의 아들이 학과 선배라는 청년들에게 주소를 적어준 일이 있었다. 얼마 후, 주문한 적이 없는 책 보따리가 우편으로 배달되어왔다.
 출판사의 사무 착오려니 생각하고 배달된 책자를 반송하자 그들은 수취를 거부했고 추후 발송한 내용증명조차 되돌려 보냈다. 그제야 말로만 듣던 책 판매 사기에 걸려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변 친지들에게 하소연 하자 동병상련을 하는 신입생들이 부지기수였고 대부분 수십만원이나 되는 책 대금을 송금했다고 했다. 빨간 글씨로 인쇄된 가압류 통고서를 받아 본 소비자들이 놀래 겁을 먹었기 때문이다.
 당시 친분있는 현직 판사조차 그들의 해코지를 생각해 좋은 경험이라 여기고 포기하라고 했지만 필자는 114 안내를 통해 서울에 소재한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신고를 했다. 결국 책 보따리가 몇 번 반송되다가 소비자보호원의 강력한 조치로 반품을 할 수 있었다.
 법원의 집행문과 유사한 서류를 수 없이 보내며 협박하는 그들로 인해 받은 엄청난 정신적인 피해는 겪어 본 피해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며칠전, 제2건국 범추진위원회의 제6기 민족화합 지도자 아카데미에 참가하며 권영순 한국소비자연맹 인천지부장과 소비자 피해 문제에 대해 담소 할 기회가 있었다. 필자가 도움을 받은 것처럼 시민의 권익을 보호하며 지팡이 역할을 하는 단체가 인천에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반가움이 앞섰다.
 순진한 대학생을 상대로 한 책 판매 사기, 판단력이 흐린 노인을 상대로 한 건강식품과 전자제품 강매 등 소비자들의 피해를 해결해 주느라 신변 위협의 협박을 당한 적도 있다지만 그들의 업무는 봉사가 아닌 당연한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정부의 지원을 넉넉히 받을 것이라고 추측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예상은 빗나갔다.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는 한국소비자보호원을 동일 단체로 오해한 것이다.
 민간단체인 한국소비자연맹 인천지부는 사무실 임대비용과 직원의 임금조차 버거워 하고 있었다. 피해를 당한 시민들이 쉽게 찾아 오도록 번듯한 간판을 설치하고 싶지만 전직 모 시의원이 쥐꼬리만한 예산조차 삭감했다고 한다. 그 시의원은 농촌의 예산까지 삭감하여 농민들의 원성을 산 적이 있었다.
 예산삭감이 의원의 특권이고 많이 삭감할 수록 시민을 위해 의원의 본분을 충실히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구태의연한 사고는 사라져야 할 것이다. 시민들에게 있어서 소비자 보호문제는 도로개설 등 가시적인 선거공약 이행 이상으로 시급하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106회 인천시의회 임시회에서 김성숙 의원은 날로 급증하는 소비자 피해를 종합적으로 다룰 소비생활 정보센터 설립을 촉구했고 안상수 인천시장은 "내년부터 소비자 권익 향상을 위해 소비생활 정보센터를 설치 운영하겠다"고 답변했다.
 김의원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지역 민간 소비자단체에 접수 처리된 피해 고발건수는 1만1천여 건에 이르지만 인천시는 담당 공무원을 단 한 명, 그것도 타 업무를 겸직한 직원을 배치해 겨우 167건만 접수하고 나머지는 민간 소비자단체에서 처리했다고 한다.
 그동안 ‘한국소비자연맹 인천지부’ , ‘인천녹색소비자연대’ ,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등 지역 민간 소비자단체가 중차대한 역할을 맡아온 것이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여 위 단체에 대한 예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추후 소비생활 정보센터가 설립되더라도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선 위 기존 단체와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