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장 없는 대리계약은 무효”
건물주 계약 해지 서면전달로
쫓겨날 확률 커지자 '거취 이목'

신상 공개로 새 집 얻기 힘들어
'갱생시설 입소' 가능성 농후
수원·의정부·화성시 예의주시
▲ 연쇄성폭행범 일명 '수원 발바리' 박병화(40)가 출소한 31일 오전 거주지로 정한 화성시의 한 원룸 앞 경비 경찰 사이로 침대 매트리스가 들어가고 있다(왼쪽).같은 시각 정명근 화성시장, 권칠승 국회의원 등 지역주민들이 박 씨의 퇴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 연쇄성폭행범 일명 '수원 발바리' 박병화(40)가 출소한 31일 오전 거주지로 정한 화성시의 한 원룸 앞 경비 경찰 사이로 침대 매트리스가 들어가고 있다(왼쪽).같은 시각 정명근 화성시장, 권칠승 국회의원 등 지역주민들이 박 씨의 퇴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화성시 대학가 원룸촌에 거주지를 정한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39)가 다른 곳으로 쫓겨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인근 지방자치단체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의 신상 등이 언론에 공개돼 새로운 집을 구하기도 어려워 사실상 보호관찰 대상자를 관리하는 갱생보호시설에 입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도내 갱생시설은 모두 4곳이 있다.

2일 화성시에 따르면 박이 사는 화성시 봉담읍 원룸의 건물주가 임대차 계약 해지를 서면으로 통보했다. 건물주는 퇴거 요청을 하기 위해 1일 오후 화성시 공무원, 경찰관과 함께 박병화가 사는 원룸을 찾아갔다.

건물주는 “박병화의 모친으로 추정되는 가족이 위임장도 없이 박병화 명의의 도장을 이용해 대리 계약한 사실이 확인된 만큼 이 임대차 계약은 무효”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박의 부동산 계약서를 입수한 화성시는 '임대차 계약 당시 임차인 측이 박병화의 신상에 대해 아무런 고지도 없이 계약한 것이 해지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앞서 박병화 가족은 지난 25일 화성시 모 대학교 앞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30만원의 12개월짜리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이 가족은 “조카가 거주할 예정이어서 대신 계약하러 왔다”며 임차인 성명란에 박병화라고 적고, 박병화 이름으로 된 도장을 찍은 바 있다.

건물주는 계약 해지를 위해 방문했으나 박이 집 문을 열어주지 않아 만나지 못했다. 이들은 문틈 사이로 계약해지 서면을 끼워 넣고 돌아왔다. 건물주는 박이 퇴거하지 않으면 명도 소송을 통해 쫓아낼 계획이다.

화성시도 건물주의 소송을 위해 법률 검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해 줄 예정이다.

박이 이 집에서 강제 또는 자의적으로 나갈 수 있게 되면서 그의 다음 행선지가 어디인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행법상 박은 이사를 할 수도 있고, 갱생보호시설에 들어갈 수도 있다.

다만 박이 현재 사는 건물주가 “그가 성폭행범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계약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말을 한 만큼 다른 주거지를 구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높다.

도내 갱생시설은 수원 2곳, 의정부 1곳, 화성 1곳 등 모두 4곳이 있다.

이처럼 박의 퇴거를 지자체가 강하게 압박하면서 당초 그가 머물려 했던 수원시 등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내 한 관계자는 “아직 검토를 해보지 않았으나 실제 박이 화성시를 떠나 당초 알려진 것처럼 수원시에 입소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본다”며 “계속해서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화성시 관계자는 “우선 대학가 원룸촌에서 박을 쫓아내는 게 목적”이라며 “박의 다음 행선지에 대해선 깊게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도 1개 중대 인력(80명)을 현장에 배치해 순환 근무 중이다.

화성시는 주민 불안을 최소화하고자 원룸 주변 8곳에 고성능 방범용 CCTV 15대를 추가로 설치해 이 일대를 '집중 관찰존'으로 24시간 밀착 감시하기로 했다.

박병화는 2002년 12월∼2007년 10월 수원시 권선구, 영통구 등지의 빌라에 침입해 20대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15년형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