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일과건강 'SPC 평택공장 사고' 자체 조사 해보니]

소스 섞는 기계 '덮개 연 채' 작업
자동멈춤장치·내부안전망 없어
피곤했던 노동자 기계로 넘어져

3인1조·안전장치 의무화 제안
진상조사위 구성·방지책 촉구
▲ 찢겨진 SPC 계열사의 로고들./사진제공=연합뉴스

한 시민단체가 노동자 1명이 숨진 SPC 계열사 평택 제빵공장에 대해 자체 조사를 한 결과 법 위반부터 과도한 노동까지 사고를 유발할 문제점이 대거 발견됐다. 장시간 노동으로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했고, 이를 예방하거나, 대처할 안전장치조차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는 재발 방지를 위해 작업형태 개선 등 구체적인 개선사항을 내놨다.

26일 시민단체 일과건강은 'SPC파리바게뜨 평택공장 SPL 산재사망사고 중간보고서'를 내고 2인 1조 작업이 무시된 1인 작업, 생산속도를 위해 안전조치 위반, 소스 투입 작업 완화 개선 요구 무시, 교반기 안전망이 없음 등의 문제가 쌓이면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봤다.

일과건강이 화섬식품노조 SPL 지회(노조)와 면담한 결과에 따르면 노조는 소스 15㎏이 담긴 통을 교반기에 걸쳐 붓는 과정이 위험하다고 경고해 왔다. 평상시에도 교반기에 소스를 혼자 넣는 작업을 하다가 중량 때문에 중심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노동자가 교반기에 손이 끼는 등 비상상황 시 함께 일하는 노동자가 비상성지 장치 등을 통해 사망사고를 막을 시스템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3인 1조 작업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나 사고 당시 현장에는 1명밖에 없었다는 게 일과건강의 설명이다. 2인 1조 작업이었으나 함께 일하던 노동자는 다른 작업을 하고 있어 9분가량 자리를 비웠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심지어 노동자가 2인 1조 근무 매뉴얼 본적도 교육받은 적도 없다고 판단했다.

사고에 앞서 현장에서는 생산속도를 높이기 위해 평상시 교반기 덮개 열고 작업했다. 덮개를 닫고 돌릴 경우 잘 섞이지 않아 생산성이 떨어지기에 개방했다는 게 시민단체의 시각이다. 위험천만한 작업임에도 교반기 자동 멈춤 장치와 내부 안전망도 없었다.

결국 홀로 작업하던 노동자가 중심을 잃고 교반기로 넘어지면서 사망까지 이르게 됐다.

이 단체는 이들은 3인 1조로 작업형태를 개선해 어떠한 현장 상황에도 항시 2명이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교반기 안전장치 설치 의무 등 사고진상조사위원회 구성해 철저한 사고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 단체는 이같은 조사 결과와 대안은 로직트리기법을 통해 분석했다. 이 기법은 사고조사 과정에서 얻은 객관적 사실 정보들을 시각적으로 잘 정리할 수 있는 도구이며,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분명하게 만들 수 있다.

이들은 사고 당일부터 현장노동자와 정부, 언론을 통해 조사된 정보를 토대로 사고분석을 진행해 왔다.

일과건강은 산재 사고 예방 등 노동과 노동자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자는 목표로 만들어진 시민단체이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