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관 위탁 강제 조례안 '의료민영화' 논란으로 확산

국힘 정용한 시의원 발의 개정안
같은 당 상임위원장은 심사 보류
노조·시민사회 “즉각 중단하라”
시 “의료원 매각 주장 말도 안돼”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역할을 톡톡히 해온 성남시의료원이 민영화 논란에 휩싸였다.

성남시는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 위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시민단체와 노조 등은 사실상 민영화 전환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성남시의료원은 2020년 개원하자마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전담 병원을 자처하고 나섰다. 성남의료원은 코로나 3년을 거치면서 일반인에게 생소한 공공병원의 필요성을 정착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이면에는 코로나 전담병원을 맡으면서 일반 진료 환자의 불편이 컸고 의료진 부족 등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매년 300여억원의 적자를 보면서 올해 성남시 출연금만 294억2600만원에 다다르고 있다.

결국 성남시의회 국민의힘 정용한 의원 등 14명은 '성남시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 조례안은 시장이 성남시의료원 운영을 '대학병원 등에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한 임의 조항을 '법인에 위탁해야 한다'고 위탁운영을 의무 조항으로 바꿔 강제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앞서 성남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지난 11일 '성남시의료원 설립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심사 보류했다.

정용한 의원은 “의료원은 2016년 법인 설립 이후 1691억원의 건립비용을 제외하고 올해 현재까지 모두 2011억원의 성남시 출연금이 지원됐는데 앞으로도 해마다 평균 300여억원의 시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며 “위탁 운영하게 함으로써 검증된 의료체계를 통해 진료의 신뢰도와 만족도를 높여 시민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의료원으로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개정 조례안을 발의한 취지를 설명했다.

성남시의료원의 의사직과 간호직 정원은 각각 99명, 548명이지만 현재 의사직이 71명, 간호직이 398명으로 결원이 많은 실정이다.

▲ 12일 오전 성남시의회 앞에서 보건의료노조와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성남시의료원 위탁운영 반대·운영 정상화 시민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의료민영화 추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보건의료노조

안극수(국민의힘) 문화복지위원장은 “조례 개정안을 당장 처리하기보다는 시 집행부와 의원들의 검토와 시민 의견 수렴이 더 이뤄진 후 다시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심사 보류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의료원 민간 위탁 공론화 과정을 둘러싸고 빚어질 갈등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와 노조, 더불어민주당 등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와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성남시의료원 위탁운영 반대·운영 정상화 시민공동대책위원회는 12일 성남시의회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시의회 상임위 여야 위원들이 공론화 과정을 거치기로 합의하고 민간 위탁 개정 조례안의 심사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공의료를 훼손하는 민간 위탁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면서 “성남시는 시민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과감한 투자로 의료원 정상화와 발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등 전국 262개 시민사회단체도 공동성명을 통해 “(국민의힘이) 의회의 다수를 차지한다고 판단해 속전속결로 민간위탁을 추진하는 반민주적이고 반지방자치적인 행태는 성남시민의 분노와 저항을 불러올 뿐”이라며 “민간위탁을 공공의료 파괴행위이자 의료민영화 시도로 규정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성남시의회 민주당 측도 “민간위탁은 공공의료의 포기”라며 “지역 시민사회, 노조 등과 민간위탁 저지를 위해 공동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외부 위탁을 반대하는 쪽에서 의료원을 민간에 팔아넘긴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외부 전문기관에 운영을 맡기고 이를 성남시가 직접 감독하는 것”이라고 했다.

성남시의료원은 전국 최초 시민 발의로 건립돼 지난 2020년 7월 개원했다.

성남시의료원은 전문의와 509개 병상, 최신 의료장비 등을 갖추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및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 행동발달증진센터, 중증 장애인 치과 치료 등의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성남=이동희 기자 dh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