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기회 있을 때마다 '기회'를 강조한다. 지난해 대선 출마 전부터 그랬다. 당시 그가 제시한 '기회복지'의 논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을 대폭 높여야 한다. 현금복지를 늘린다고 북유럽 정도의 복지를 실현할 수는 없다. 경제의 역동성을 높여 흙수저도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기회공화국을 만들어야 한다. 더 많고, 더 고른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 기회복지다.'

도지사 당선 이후 '기회'는 도정의 키워드가 되었다. 민선8기 도정슬로건은 '변화의 중심, 기회의 경기'다. 지난 주말 취임 100일을 맞아 내놓은 자료를 보면 경기도정은 '기회'로 운율을 맞추는 중인 듯하다. 기회사다리, 경기 기회소득, 경기 기회안전망, 경기 기회발전소, 경기 기회터전 등등. 김 지사 자신도 “임기 동안 우리 도민들께서 더 많은 기회, 더 고른 기회, 더 나은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예전에는 듣지 못한 “더 나은”을 추가하여 세 번 반복의 묘미를 살렸다.

기회의 사다리는 익숙한 용어여서 추가 설명이 필요 없다. 기회안전망은 기회복지의 다른 표현으로 이해된다. 기회발전소는 좀 생소하지만 글로벌 첨단산업, 환경과 생태 기반, K-콘텐츠와 기회를 연결시킨다는 것이므로 그럭저럭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기회터전도 옛 경기도청 자리를 '사회혁신 복합단지'로 조성하고 사회적 가치의 확산 기지로 육성한다는 설명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가장 와 닿지 않는 용어가 기회소득이다. 경제학을 처음 배울 때 기회비용 개념이 영 머리에 들어오지 않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까지 나온 설명으로 미루어 짐작하면, '기회소득'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만 시장에서 보상받지 못하는 사람들(예컨대 예술가 등)에게 소득보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 정도로 이해된다. 그래도 의문이 남는다. 남는 정도가 아니라 더 커졌다. 사회적 가치, 시장 보상, 소득보전 같은 복잡한 개념 논쟁은 차치하고, 어느 정도의 기회소득을 언제까지 지급한다는 것인가. 현재 지원대상과 규모에 대해 구체적 연구를 하고 있다니 일단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터이다. '기본소득'이 처음 국내에 소개되었을 때도 매우 생소한 개념이었고, 아직도 치열한 논쟁이 진행 중이다.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누군가의 기회는 다른 누군가의 위기일 수 있다. 누구에게 더 많고, 더 고르고, 더 나은 기회인지에 대해 더 깊이 있고, 더 정교한 '기회의 철학'이 다듬어져야 한다. 이제 100일인지, 벌써 100일인지는 모르겠으되, 5년 뒤 경기도의 기회가 몰라보게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양훈도 논설위원.
▲양훈도 논설위원.

/양훈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