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65)가 쓴 영화 에세이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한길사)가 번역, 출간됐다.
시오노는 “내가 지중해 문명을 동경하게 된 계기를 ‘호메로스 작품을 읽고 나서’라고 말한 것은 절반은 거짓말”이라며 “호메로스를 알게 된 것은 영화 ‘트로이의 헬렌’을 보고 난 뒤”라고 밝혔다.
그녀는 “그 영화를 보고 곧장 호메로스 영역본을 구해 완독한 뒤, 고등학생인 주제에 원문을 읽고 싶어 고대 그리스어에 도전했을 정도로 내 인생에서 그 영화와의 만남은 결정적인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패튼 대전차군단’ ‘지옥의 묵시록’ 등 전쟁영화를 고대 로마의 전쟁 이야기와 비교해 박진감 넘치게 서술하는가 하면, ‘문 스트럭’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등 연애영화에 대한 글에는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이 번뜩인다.
“섹스 없는 남녀의 애정이 가능한가라는 주제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나이지만, 섹스가 있는 남녀의 우정은 성립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다”거나 “릴케가 남자의 순수한 사랑을 경험한 여자는 평생 고독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지만, 진심으로 여자를 사랑한 경험을 가진 남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등 새겨볼 만한 구절이 많다. 352쪽. 양억관 옮김. 1만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