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석자
△ 김광선 한국해운조합 화물선 부회장
△ 양성대 오대양선박 대표이사
△ 박종대 인천예인선선주협회장


2016년 예인·예부선 '한집'…100여 업체, 선박도 200여척
대형선박 입·출항 지원…해양플랜트 이동시키는 역
정책의 초점 여객·화물·어선…예선·부선 가치 국내 저평가
유창 청소업체 최근 줄폐업…폐기름·쓰레기통 설치 절실


휴게권 보장 인천항선 조용…조립식 컨테이너라도 놔야
2중·3중 정박, 계류장 몸살…서부두 개선 후속 조치 시급
전국 예부선 사고 50% 이상…선체 노후·선원 고령화 원인
부산 내려가 선원 안전교육…인천 시설 건립 수년째 요구

영국의 모형 애니메이션인 토마스와 친구들이 인기를 끌자, 제작자 대니얼 카도나(Robert Daniel Cardona)와 데이비드 미튼(David Mitton)은 새로운 시리즈 '턱스'(tugs)를 기획한다.

철로 위 기차 토마스를 대신해 바다 위 예선들이 모인 '스타선단'을 중심으로 꾸려지는 이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 예선들은 크기에 비해 강한 추진력으로 항구 내 다른 배들을 돕는 역할을 맡고 있다.

▲ 지난 14일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 주선으로 인천일보와 인터뷰한 인천예부선협회 관계자들. (왼쪽부터) 김광선 한국해운조합 화물선 부회장, 박종대 인천예인선선주협회장, 양성대 오대양선박 대표이사.

배라는 인식이 보통 여객선이나 어선, 화물선에 맞춰져 있어 '항구의 조력자' 예선과 부선 가치가 국내에선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영어로 'tug boat', 예인선이라고도 하는 예선은 선박을 밀거나 끌 때 사용하는 배다. 힘이 좋으며 조타 능력이 뛰어난 게 강점이다. 이 배는 대형 선박의 입항과 출항을 도와주거나 추진력을 가지지 못한 선박이나 해양플랜트를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추진력을 가지지 못하는 선박의 대표적인 예로는 바지선이라고도 하는 부선이 있다. 타이어를 두른 넓은 직사각형 형태의 평평하게 생긴 배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 보니 이동을 위해선 예선의 도움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예선과 부선은 떼어 놓을 수 없는 바다 위 공생 관계다.

지난 2016년 2월 ㈔인천예인선협회와 ㈔인천예부선협회가 통합을 결정하고 사단법인 인천예부선협회를 출범한다.

당시 구성된 업체만 100여곳에다 보유 선박만 약 200여척에 달했다.

출범 7년 차에 돌입한 인천예부선협회 관계자들과 지난 14일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광선 한국해운조합 화물선 부회장과 양성대 오대양선박 대표이사, 박종대 인천예인선선주협회장은 기업인으로서 각자 권익보다는 바다 환경과 선원들 안전 개선에 목소리를 높였다.

 

▲ 지난 14일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 주선으로 지부 회의실에서 인천예부선협회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 지난 14일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 주선으로 지부 회의실에서 인천예부선협회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선박 폐유, 생활쓰레기 처리에 관심을”

인천예부선협회는 해양 정책 초점이 여객선과 어선, 화물선에 모이면서 인천항 내 예선과 부선이 지닌 몸집에 비해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토로한다.

양성대 대표이사는 “소형 선박 폐유를 수거해가던 인천지역 유창청소업체들이 최근 경기 악화로 줄폐업했다. 남은 업체 대부분은 1~2만t 규모의 외국 선박 위주로 대량 수거를 하려고 해서 현재는 평택 관련 업체가 소형 선박 폐유를 수거해 처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예선과 부선들 엔진오일 교환 과정 등에서 폐유가 발생하면 기름 자체도 있지만 기름이 묻은 걸레, 장갑 등을 좁은 배에 두고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자칫 바다에 노출되면 심각한 환경오염을 야기할 수 있다. 적어도 육지에 이를 잠시 보관할 탱크나 수거통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종대 인천예인선선주협회장은 “생활 해양 쓰레기 관련해선 해양수산부, 해양경찰, 수협 등 권한이 분산되면서 정리가 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적어도 부두 내 선박 생활 쓰레기를 모아 둘 쓰레기통만 비치해도 소형 선박들 정리가 잘 될 거라고 본다”며 “목포 등에선 여객 상대로 폐기름통이나 쓰레기통을 설치해 편의를 돕기도 한다. 그런데 이에 대한 조치가 예부선에선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지난 14일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 주선으로 인천일보와 인터뷰한 인천예부선협회 관계자들. 왼쪽부터 김광선 한국해운조합 화물선 부회장, 박종대 인천예인선선주협회장, 양성대 오대양선박 대표이사.
▲ 지난 14일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 주선으로 인천일보와 인터뷰한 인천예부선협회 관계자들. (왼쪽부터) 김광선 한국해운조합 화물선 부회장, 박종대 인천예인선선주협회장, 양성대 오대양선박 대표이사/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높아지는 휴게권 보장 분위기에도 예부선은 '조용'

예선이라는 단어를 공중파 뉴스에서 자주 접했던 건 2007년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때다.

태안 앞바다에서 유조선과 해상 크레인이 충돌해 기름이 유출된 사고다. 삼성의 예선 크레인을 묶어 경남 거제도로 예인하던 중 쇠줄이 끊어져 발생한 사고다.

이 사고를 겪으며 예부선원 휴게권 보장 중요성이 부각됐는데도 인천항 주변에선 아직 미흡하다는 시각이다.

양성대 대표이사는 “흔들리는 배 위에서 일하는 선원들이라 잠깐 쉬더라도 육지에서 흙냄새를 맡아야 한다. 하지만 부두 인프라가 부족해 마땅한 휴게 시설이 없어 배 위에서 지내는 지경”이라며 “인천남항 서부두 바로 옆에 친수공간이 마련돼 있다. 벤치에 앉아 쉴 수 있을 정도의 환경은 되지만 제대로 발이라도 뻗을 수 있도록 조립식 컨테이너라도 여기에 놔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남항 서부두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광선 한국해운조합 화물선 부회장은 “인천항에 예부선 계류장이 부족해 남항 서부두에도 배들이 2중, 3중으로 정박한 상황이다. 2019년 서부두 선원 사망 때도 이 배들 사이를 건너다 참사가 벌어졌다. 배 댈 곳이 없다”며 “시설 포화로 물건 상하차에 동원되는 차량이 쏟아져 일대 교통 체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인천항만공사는 지난해부터 과다 선박과 시설 노후화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인천남항 서부두 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다. 남항 환경개선 기본계획 수립 용역도 발주한 만큼 제대로 된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게 예부선 업계 바람이다

 

▲고령화 되고 있는 예부선원 “개선 위한 관심을”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2014~2018년 5년 동안 중질유로 인한 해양 오염사고는 총 276건이다. 이 중 예선과 부선의 사고건수가 32%(88건)를 차지했다. 해경은 전국의 예선·부선 1278척 중 선령이 30년 넘은 선박이 52%(667척)에 달하고, 선원 역시 총 8033명 중 60세 이상이 54%(4354명)를 차지하는 등 선체 노후와 선원 고령화가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김광선 한국해운조합 화물선 부회장은 “선박이 비교적 작다 보니까 선원들 주거 환경 등이 좋지 못해 젊은 층에 인기가 없다. 인천 인력 대개가 60~70대 이상 노인들”이라며 “인천해사고 등에서 예부선 쪽을 지원하지 않는다. 화물선이나 여객선 등 우선 선발 후 낙수효과만 기대하는 처지”라고 전했다.

안전사고 등을 막기 위한 재교육 부분도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박종대 인천예인선선주협회장은 “인천 선원들이 선원안전 교육을 받으려면 부산까지 내려가야 한다. 선원들 교육권 보장 차원에서 정부가 인천에 실습실 등 교육시설 건립에 나서야 한다고 벌써 수년 전부터 얘기했다”며 “2500명에 이르는 수도권 선원들이 가까운 곳에서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지역사회의 관심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날 인천예부선협회와 자리를 만든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 김주화 지부장은 “인천지역 예부선 선원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 인천해사고와 '내항상선 해기사 양성과정 신설을 위한 상호 협력 MOU'를 체결해 6급 해기사 양성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부두환경개선이나 운항원가(유류비, 선원임금 등) 급격한 상승에 따른 공사 해상장비 임대료 인상 반영 등 인천 예부선 업계 현안사항에 대해 해운조합 본부는 물론, 업계와 공동으로 개선 추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